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30일 회장단 비공개간담회에서 공식 사퇴했다. 손 회장은 지난 2월7일 김각중 회장 후임으로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했으나 약 8개월20여일만에 SK사태에 따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다. 손 회장은 간담회에서 밝힌 퇴임사를 통해 "SK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로 회원사와 국민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고 죄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SK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일련의 사태는 전적으로 제 부덕의 소치"라며 "개발연대 시절 일류기업을만들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온 행동양식이 오히려 우리 경제와 국민들에게깊은 그늘을 지우개 됐음을 절감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경제의 고도성장과정에서 잉태된 기업의 부실처리와 고비용 정치구조로인해 불가피했던 정치자금 문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과거의 유산"이라면서 "이번일을 계기로 정치와 경제, 우리 사회 모두가 과거의 구태를 벗고 다시 태어나는 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취임 직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며 `노블리스 오블리주', `한.중.일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성',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등을 위해 앞장 서겠다는 의욕을 보였으나 SK사태로 결실을 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전경련은 발표문을 통해 기업들이 제공한 정치자금 문제가 사회적 파문을 불러온데 대해 국민들에게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전경련은 정치자금 파문으로 정경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킨데 대해 국민들에게 유감의 뜻을 밝히고 앞으로 투명경영, 윤리경영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전경련과 회장단은 이날 간담회에서 그동안 물밑에서 차기 회장 문제를 협의했으며 재계에 실질적인 지도력을 갖는 실세회장을 선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으나이건희 삼성회장, 구본무 LG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등 이른바 `빅3'들이 모두 강력히 고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관련 한 그룹 총수는 "규모가 큰 그룹회장을 대상으로 회장을 맡아달라고추대하겠지만 본인이 완강히 거부할 경우 강제로 맡길 수도 없기 때문에 그 다음 규모의 회장들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도 선출되지 않으면 최연장자가 맡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최연장자에 의한 대행체제도 배제할 수 없음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