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7일 재신임 국민투표제안에 따른 논란과 관련, 정당대표들과 회동을 통한 `정치적 타결' 입장을 밝힌 것은 무엇보다 야당측이 끝내 투표를 반대하거나 부정적일 경우 현실적으로 강행하기어렵다는 판단때문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을빌려 12월 투표를 제안했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부정적이거나 반대하는 기류로 선회, 재신임 투표 전망에 대해 `불투명하다'는 진단이 나온 터다. 여권 관계자들도 상당수 국민투표에 대해 정치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헌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실익도 없다는 판단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표 찬반운동이 이뤄지는 동안의 정치적 혼란과 투표후 벌어질 법적 다툼및 정치적 공방, 국정혼란을 감안하면 설혹 재신임되더라도 오히려 국정운영 환경을 더악화시키고 국정 지지도도 더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법리상 논쟁이 없는 것은아니나,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현행법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법적으로 애매하기 때문에 정치권에 의견을 물은 것 아니냐"며 "정치권이 반대하면 투표 실시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정당대표들과 만날 때 우선 투표실시와 이를 위한 정치권의 합의를 거듭 촉구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제3의 대안을 찾을 가능성을 상당히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최도술(崔導術)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 노대통령이 국민앞에 관련내용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한 뒤 정치권과의 의견교환에 기초해 재신임 투표를 갈음하는 정치적 해법 등 다른 과정을 통해 재신임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며 "이는 정치권이 반대해도 국민적 공감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라고말했다. 그러나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고민의 일단을 내비친 것이지 어느 방향을 시사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야당대표들과 만나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일정과 방법대로 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뜻이라고 노 대통령이 말했다"고 일단 재신임 투표설득 의지를 강조했다. 청와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미정상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노 대통령과 정당대표들간 회동을 추진하고 있어 우선 회동 성사여부가 향후 재신임 정국의 향방에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