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물적 투입 위주 성장에 한계가 왔습니다.이제 사람에 투자할 때지요.대표적인 인적자원 투자가 바로 경영교육입니다." 매년 국가 경쟁력 지수를 발표하는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의 피터 로랑지 총장은 "한국에서 경영대학원이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 아주 바람직한 추세"라고 말했다. 로랑지 총장은 IMD가 55명 밖에 안 되는 적은 교수진으로도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을 만든 비결로 '고객과 시장 중심적인 교육'을 꼽았다. "예전에는 지적 충격을 주면 그만이었지만 요즘은 비즈니스적 충격,국제적 충격을 줄 수 있어야 기업과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고. 로랑지 총장은 한국 경영대학원들이 세계적인 비즈니스스쿨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세계인들이 모이는 장소(global meeting place)를 만들고,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내용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여기다 평생교육으로 이어지도록 동창회 관리를 잘 해야 하고,항상 고객(기업체)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겠다'는 아카데미즘을 버리고 실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찾아내고 연구해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랑지 박사는 노르웨이인으로 하버드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 교수를 지냈고 지난 93년부터 IMD 총장직을 맡아왔다. 그의 재임 기간 IMD는 놀라운 경영성과를 올렸다. 93년 당시 3천5백만스위스프랑이었던 연 매출이 올해의 경우 8천7백만스위스프랑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10년 사이 2.5배나 성장했다. 93년 당시 20%에 달했던 정규 MBA 비중을 5% 수준으로 줄이고 대신 단기 경영자과정,최고경영자과정,기업체위탁과정 등의 비중을 높인 결과다. 외형만 커진 게 아니다. IMD는 그의 리더십 아래 '혁신을 직접 실천하는 비즈니스스쿨'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수들의 소속 학과를 없앤 것이다. "우리 학교에는 재무,전략,회계학과가 따로 놀고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로랑지 총장의 자랑이다. 로랑지 총장은 15일밤 IMD 한국동창회원들과 만찬세미나를 가진 뒤 16일 출국했다. 권영설 전문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