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속에서도 이직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좀더 많은 연봉, 좀더 나은 대우,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직업….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에 특히 경력직 취업이 어려운 한국사회에서 '사표 던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인생의 전기(轉機)'를 꿈꾸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 바로 MBA(경영학석사) 과정이다. MBA를 따려면 준비기간을 합쳐 3∼5년의 시간과 1억원이 넘는 학비(미국 경영대학원의 경우)가 든다. 최근엔 학위 소지자가 늘면서 그저 경력 2년만이 인정되는 추세이고 그나마 취업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자신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도전한다면 MBA는 선택할만 하죠. 다만 MBA는 도전에 대한 답이나 자격증이 아니라 도전의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난 2월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딴 후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에서 위험(리스크)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송태헌씨(32)의 말이다. 1998년 2월 연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2001년초까지 3년간 엔지니어링업체인 L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그는 3년전 과감히 MBA를 택했다.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MBA를 택한 것은 '인생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송씨는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일도 재미있었고 배운 것도 많았지만 순수 엔지니어의 한계가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급변하는 세상속에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공학외에는 아는게 없어 정보도 얻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MBA를 택했다"고 말했다. 해외 MBA를 따는데 드는 만만찮은 비용과 시간 때문에 일찌감치 국내 대학원인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을 목표로 삼은 그는 4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1년 2월 입학했다. 수학을 잘하는 그는 재무를 전공으로 삼아 2년간 학업에 매달린 끝에 올초 졸업과 함께 외국계 컨설팅사 등 3개 기업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고 현 직장을 택했다. 취업을 위해 재학 중 '파이낸셜 리스크 매니저'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취업시 전 직장 경력과 학업기간을 합쳐 5년의 경력을 인정받았고 연봉도 전 직장보다 40% 이상 올랐다. 지난 2년간의 학비(2천만원)와 기회비용(5천만원)은 앞으로 5∼6년정도면 보충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MBA는 내 가능성을 열어준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새로운 분야에 취업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사고의 한계를 깼고 소중한 인간관계도 쌓았죠." 송씨는 "MBA를 통해 자기의 가능성을 찾아 도전해보고 싶으면 가치가 있다"며 "경력전환이 어렵지만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이뤘을때의 기쁨 또한 크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