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도입 검토' 발표에 대한 프라이빗 뱅킹(PB) 고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마디로 '아직까지는 무덤덤'이다. 물론 고액 자산가들이라고 해서 이번 조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선에서 고객 상담을 맡고 있는 PB들의 경우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지난 13일 예정에 없던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13일과 14일에 각각 2건의 예정에 없던 상담을 했다"며 "상담내용은 대부분 토지공개념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PB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대통령 발언이 이들의 기존 투자계획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A은행 K팀장은 "13일 오후에 2건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그중 하나는 자신이 투자하려는 강남권 상가빌딩에 대한 수익성을 검토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주로 외국계 은행의 PB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 중인 한 컨설팅업체 대표는 "토지공개념 발표 이후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는 일반적인 시장 전망을 물어온 고객은 있었지만 투자계획을 취소하겠다는 고객은 없었다"며 "현재 충청권 토지와 서울 용산 소재 빌딩 매입을 대행하고 있는데 조만간 거래가 성사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메가톤급' 대책을 예고했는데도 '큰손'들이 이처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들이 향후 수십년을 내다보는 장기투자자기 때문이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토지나 중·소형 빌딩 등에 주로 투자하는 이들은 한번 매입하면 수십년씩 묻어두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정부 조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책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PB 고객들이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뺄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한 PB는 "토지공개념은 군사정권도 도입하려다 실패한 반(反)시장경제주의적인 제도인데 요즘같은 때에 노무현 정부가 실현시킬 수 있겠느냐고 말한 고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