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가 터키군 주둔에 반대하는 성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이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대표들이 8일 최고 2만명에 달하는 터키군 파병에 강력 반발하고, 터키 곳곳에서도 대규모 항의시위가 열리는 등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지역에서는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시아파 종교 지도자의 과격단체 조직원 수천 명이 시아파 종교 지도자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에 가세하면서 최악의분열상이 노출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터키에서는 이날 수천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대가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을비난하며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스탄불에서는 시위대가 시내 미국 고등학교로 몰려가 "우리 병사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 미국을 위한 군대가 되지 않겠다"고 외치며 파병을 적극 반대했다. 탁심 중앙광장에도 약 500명의 시위대가 모여 파병 반대를 외쳤으며 집권 정의발전당(AKP) 당사 부근에서도 파병안 통과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수도 앙카라에서는 각 노조와 민간단체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정부의 파병안을 통과시킨 의회를 강력히 비난하며 "터키는 이라크에서 손을 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시위에 동참한 야당 국회의원 할루크 콕은 "터키는 85억 달러 어치 미국의당근에 넘어갔다"며 터키가 미국의 차관 때문에 파병 결정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터키 남부의 메르신, 케이한의 쿠르드인들도 터키의 이라크 파병은 혼란만을 부추길 것이라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케이한에서는 시위 도중 쿠르드 인사 2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쿠르드족 관계자가 전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 젊은 시아파 성직자인 모크타다 사드르의 무장조직 '메디' 소속 민병대원 수천 명이 총기를 휴대한 채 군대식 행렬을 갖추고 바그다드 시내를 행진했다. 사드르는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강도 높게 비난해 온 인물이다. 바그다드에서는 7일에도 4천여명의 시아파 주민들이 모여 미군이 체포한 시아파성직자 모아야드 카즈라지와 자릴 알-슈마리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편 과도 통치위에 참여하고 있는 쿠르드족 대표들은 터키와 이라크 영내 쿠르드족 간의 해묵은 갈등을 감안, 터키 파병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쿠르드족 대표들은 이날 바그다드에서 폴 브리머 최고 행정관 등 미군측 대표들과 만나 대책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이스탄불 AFP=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