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와 엔화 환율이 8일 각 정부가 제시한 마지노선을 뚫고 내려갔다. 유가도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섰다. 환율과 유가 변수가 또다시 증시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강보합을 유지하다가 소폭 내림세로 마감됐다. 환율과 유가동향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기로의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한다.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 추세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환율과 유가동향에 한국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 일본증시는 이날 2.71%나 하락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이날 상대적 강세를 보인 데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헤지펀드의 투자설,내수경기 부양정책을 감안한 선취매 등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환율과 유가의 급등락에 따라 주가가 조정을 받은 뒤여서 일단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오현석 연구위원)라는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유가상승이 일시적 오름세로 그치고,환율 역시 완만한 절상속도를 유지한다면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히려 수출악화로 정부가 내수진작에 나설 경우 내수주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환율과 유가 마지노선 붕괴 외환당국이 설정해놓은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일본 엔화 환율도 달러당 1백10엔선이 붕괴됐다. 환율의 하락은 수출 관련주에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일본시장이 이날 급락한 배경은 일본 정부가 수차례 환율방어 의지를 표명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환율이 떨어질 경우 외국인의 추가적인 시장 참여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날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천8백80억원어치를 매수한 것에 대해 환차익을 노린 헤지펀드의 가세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지난주 한국관련 대형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5억달러 이상 순유출됐는데도 외국인 매수세는 4일 연속 계속됐다는 점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원증권 리서치센터 강성모 팀장은 "환율하락의 속도가 아직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환차익을 겨냥한 투자전략은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가 설령 환율게임을 벌인다고 해도 초단기적인 투자에 그칠 것이라는 뜻이다. 유가는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서면서 증시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유가상승은 추세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라크의 증산에 대비한 석유수출국기구의 선제적 감산조치가 유가 상승을 불러온 만큼,조만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배럴당 25달러를 넘어서면 한국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유가상승이 멈추더라도 현재상태를 유지한다면 좋을 게 없다는 설명이다. ◆업종을 갈아탈 기회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일단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먹구름이 짙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경우 펀더멘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원증권 강 팀장은 "환율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정부가 내수부양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수출업체의 실적악화가 뻔한 상황에선 결국 내수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이 최근 경기민감주를 팔고 내수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