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이라뇨? 아직 잘 나갑니다" 빠르게 변모하는 디지털 시대속에서 한물 간 사양산업 취급을 받고 있는 일부제품들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며 고군분투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브라운관 생산업체인 삼성SDI[006400]의 경우 지난 2분기 브라운관 월평균 판매량이 470만대였던데 비해 7월 500만대, 9월 570여만대로하반기들어 월평균 약 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 따라 국내외 브라운관 생산라인을 3조2교대로 24시간 100% 풀가동하며 주문량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브라운관 호황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북미시장의 재고가 바닥난 데다 아직까지브라운관 수요가 많은 중국이 다가오는 `춘절(春節)' 특수를 앞두고 있어 하반기 수요가 꾸준한 반면, 경쟁관계인 일본업체들이 브라운관 생산을 줄이거나 완전 중단하면서 반사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브라운관 판매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 초대형 및 평면비중을 높여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도 `노병은 죽지 않는다' 족(族)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무선 전자제품 개발 전문업체인 ㈜사이버트리(대표이사 최경배)는 지난 8월 세계적 통신회사인 벨 캐나다 지사와 그 자회사인 벨 모빌리티에 자사의 무선호출기전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이를 계기로 올해 117만달러, 내년 863만달러, 2005년에 2천82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캐나다 무선호출기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삐삐'의 인기는 북미에서는 우리와 달리 휴대전화를 받는 사람도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받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고 기업 차원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들에게 무선호출기를 장려하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급격히 세를 불린 양문형 냉장고에 밀려 자리가 위태로운 기존 `톱 마운트' 방식의 냉장고도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가전업체들로서는 여전히 주요한 수입원이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경우, 양문형냉장고의 비율이 늘고는 있지만 톱 마운트 방식 냉장고가 50:50정도의 비율로 여전히 상당량 판매되고 있고 양문형 냉장고 부문 후발주자인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경우, 전통방식 냉장고 판매가 더많은 실정이다. 전통적 냉장고가 독신자나 영업소 그리고 소형주택 등에서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동남아, 남미, 일본 등 특정 지역에서도 역시 인기가 많은 만큼 앞으로도상당기간 생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PDP.LCD TV나 휴대전화, 양문형냉장고 등과 같은고급 제품쪽으로 기술개발과 마케팅이 집중되겠지만 전통제품이 필요한 영역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제품 생명력이 쉽사리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