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홍보팀에 근무하는 원유상 대리는 요즘 TV 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무실을 오버랩시켜보는 버릇이 생겼다. "저 프로그램을 우리 회사에 적용하면 동료들이 좀 더 재미있게 근무할 수 있을텐데." 얼마전까지 대리급과 초임과장 10∼15명으로 구성된 '하트보드(heart board)' 멤버로 기업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임무를 맡았던 원 대리. 그는 지난해에는 TV에서 방영된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힌트를 얻은 '사내 짝짓기 이벤트'를 열어 동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곧 '최고경영자(CEO)와의 3분토크'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하트보드 멤버들이 올 초 제안했던 이 프로그램은 CEO가 무작위로 하루에 한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어려움을 듣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것. 원 대리는 "동료들끼리 반신반의하며 제출했던 조그만 아이디어가 직접 실시돼 기쁘다"며 "회사에 활기를 불어넣는 촉매역할을 한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특정 직원에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 불황으로 자칫 침체될 수 있는 회사의 분위기를 살리고 업무 효율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다. 소니코리아는 아이디어가 풍부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변화 관리 프로그램인 '아이베스트(ibest)' 프로젝트를 실시해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 아이베스트란 '나부터(i) 기초적이고(basic) 쉽고(easy) 작은 것(small)을 오늘(today)부터 시작하자'는 뜻의 문화혁신 캠페인. 부서별로 업무 특성에 맞는 변화 프로그램을 정해 운영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책임 PD'를 두고 있다. PD들의 임무는 프로그램별로 평가표를 만들어 점수화하고 우수사원들에게 혜택을 부여해 조직을 활성화시켜 나가는 것. 이 회사는 현재 4백여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항상 컴퓨터 앞에 근무해야 하는 IS부서원들은 '스카이 앤드 리버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산과 들로 야유회를 떠나거나 공연을 관람한다. '언플러그드(unplugged) 라이프'를 통해 재충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게 목적. AV영업부서는 긍정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마일팀' '예스팀' 등을 두고 PD들의 주도로 매주 한번 변화관리 5분 스피치를 하고 있다. 원광범 아이베스트 태스크포스팀장은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조성됐을 뿐 아니라 PD제를 통해 책임감과 리더십을 지닌 인재를 육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에는 '피쉬맨(어부)'이 84명이나 있다. 즐거운 일터를 만들기 위한 제일모직의 조직문화 개선운동 'FISH 철학'을 현장에서 주도하는 이들이다. FISH철학은 부도직전에 있던 미국 시애틀의 파이크플레이스 어시장 상인들이 신바람나게 일하는 원인을 분석한 베스트셀러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 제시하고 있는 경영철학.피쉬맨들은 부서꾸미기 경진대회와 요일별 테마 음악방송 등을 통해 재미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