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하드록 그룹이 '죽을 권리'에 대한 인식 고취를 위해 공연중 무대 위 자살행위를 보여 주겠다고 발표해 시의회가 이를 막을 긴급 조례를 발표하는 등 일대 소동을 빚고 있다.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활동하는 5인조 록밴드 `헬 온 어스'(Hell on Earth)는 지난 27일 세인트 피터스버그 시내 팰리스 극장에서 공연중 불치병 환자의 자살이 일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에도 초콜릿 시럽 레슬링이나 산 쥐를 믹서에 가는 행위 등 공연 중의 엽기적행동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들의 공연은 팰리스 극장 소유주가 즉각 계획을 취소하고2차로 잡혔던 다른 공연장 역시 취소하는 바람에 일단 무산됐으며 29일 긴급 소집된시의회는 '상업적, 오락 목적의 자살을 집행하거나 행사를 주최, 또는 입장권을 판매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긴급 조례를 만장일치로 채택, 발표했다. 빌 포스터 시의원은 "나는 지금도 이것이 깜짝 쇼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만의 하나라도 누군가가 목숨을 잃게 놓아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앨 갤브레이스 시 고문변호사도 시 당국이 이 밴드가 공연을 선전하거나 자살행위를 방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의 금지명령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룹 리더 빌리 터틀롯은 29일 성명을 통해 시의 긴급 조례를 무시하고 세인트 피터스버그 시내의 비공개 장소에서 "엄선된 소수의 청중"만을 앞에 놓고공연을 할 것이며 이 장면이 그룹 웹사이트를 통해 생방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살하려는 불치 환자의 신원이나 어떤 방법으로 자살할 것인 지에 대해 더 이상밝히지 않았다. 그는 앞서 e-메일을 통해 "플로리다 주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는 자살을 합법화하기 위해" 이같은 공연을 기획했다면서 "나라를 위해 죽을 수 있다면 어째서 자기 자신을 위해 죽을 수는 없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같은 공연으로 야기될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 시조례 위반 행위는 최고 60일 구류 및 500달러의 벌금형에 해당하며 플로리다 주법은 안락사 보조행위를 2급살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터틀롯은 밴드가 자살을 돕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살자는 순전히 자기 힘으로, 자발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하고 밴드의 과거 엽기행위들은 청중에게 충격을 주거나 오락거리를 주는 것이었지만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상징주의와 자기표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예술이다. 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