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왔던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이라크의 주권을 이라크인들에게 조속히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베를린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정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은 "우리는 유엔 통제하에서 가능한 한 빨리 현 이라크 내 정부기구에 정부로서의 책임을 넘겨야 한다"면서 "내가 `가능한 한 빨리'라고 말할 때 이는 몇년이 아니라 몇개월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1개월 내에 이라크 과도정부를 구성한 뒤 연말까지 헌법을 제정하고내년 봄 선거를 실시하는 일정을 제시했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 정상이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정부에 주권을 조속히 넘겨야 한다는 공동 입장을 재확인하고 향후 이에 관한 양국간 입장을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창설과 전후 복구비 지원 등을 요구하는미국의 유엔 결의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면서 조속한 주권 이양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독일은 유엔 결의안 통과와 별개로 이라크 경찰요원들의 훈련은 지원할용의가 있음을 천명한 반면, 프랑스는 이라크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기 전 유엔 결의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세부 사항에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왔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소속 아드난 파차치도 이날 회담을 갖고 이라크 주권 이양을 위한 일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국은 또 이날 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 촉진과 고용 창출을 위해 통신과 교통부문 등을 포함한 10개항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프랑스와 독일 간 고속철도 연결과 갈릴레오 위성탐사 계획에 관한협력증진, 디지털기술 개발, 개도국 환경프로젝트 등을 담고 있다. 이 계획의 전체 투자 규모는 언급되지 않았으나, 총 30억 유로(미화 33억8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룩셈부르크 소재 유럽투자은행의 저리 차관을통해 조달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20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베를린을 방문해 3개국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베를린 AP.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