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 반대해 할복자살한 고 이경해씨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열린 농민집회에서 30대 농민이 분신, 중태에 빠졌다. 18일 오후 7시 30분께 경북 성주시 경산리 성밖숲에서 열린 `고 이경해씨 추모촛불 집회'에 참가했던 농민 박모(34.성주군 대가면)씨가 갑자기 온몸에 휘발유를끼얹고 불을 붙였다. 박씨는 추모 집회가 끝난 뒤 가두행진이 시작될 무렵 행진 대열 뒤쪽의 무대 계단 부근에서 소주병에 든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가지고 있던 촛불로 불을 붙여 분신을 기도했다. 박씨는 인근에 있던 집회 참가자들에 의해 성주 세강병원을 거쳐 대구 영남대의료원으로 옮겨졌다. 박씨는 목과 얼굴, 등 부분에 화상을 입은 상태로 의식은 있지만 중태이다. 이날 행사는 故 이경해 전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을 추모하기 위한것으로 한농연 성주군 연합회 등 지역 7개 농민 단체 소속 농민 700여명이 참가했다. 행사에 참가한 농민들은 박씨의 분신소동 뒤 농협 성주군지부 앞까지 1.6㎞를행진한 뒤 해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측은 "집회 도중 연단에 오른 박씨가 '이경해 열사님 사랑합니다. 열사님 덕분에 우리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열사의 뜻을 따라 살겠습니다'는말을 반복하다 무대 뒤쪽의 계단에서 분신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박씨가 분신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고 밝혔으나 박씨 가족들은 음주사실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 조창래 전 대구지방경찰청장, 이외수전 국가정보원 대구지부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성주=연합뉴스) 이덕기.김용민 기자 duck@yna.co.kr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