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센터 유치에 반대하는 전북 부안 주민들에게 집단으로 폭행당해 전주시내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종규(金宗奎.52) 부안군수는 상태가 심각해 장기간의 치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오후 7시께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에서 경찰에 의해 구출돼 병원으로 긴급이송된 김 군수는 응급치료를 받은 후 일반병실로 옮겨져 밤샘 치료를 받았다. 병원측이 1차 진료를 실시한 결과, 코뼈와 늑골 2개가 골절되고 얼굴과 머리 일부가 함몰됐으며 폐속에 피가 고인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군수에 대한 정밀진단 결과는 9일 오후 늦게나 10일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김군수에 대한 치료를 현재 내과와 신경외과 등 3개 과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상태는 썩 좋지 않은 편이다"고 밝혔다. 한편 강현욱 도지사와 두재균 전북대총장이 8일 밤 병원을 방문, 김군수를 면회하고 돌아갔다. ▲경찰 대처 경찰은 원전센터 유치에 반대하는 전북 부안군민들의 시위가 과격해지자 9일 새벽 그동안 집회 주무대로 사용되어온 부안수협 앞 연단을 전격 철거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5시 40분께 군청 등 시설경비를 제외한 10개 중대 1천3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 부안 수협 앞 연단을 30여분만에 완전히 철거했다. 경찰은 이어 부안 읍내 곳곳에 걸려있던 플래카드와 깃발 각 50여개와 만장 10여개, 대자보 1개를 수거했다. 경찰은 8일 내소사에서 발생한 군수 집단폭행 사태와 관련, 전담 수사반을 편성해 폭행가담자 색출에 나서는 한편 그동안 주민들의 정서와 대화 분위기 등을 감안, 미신고 집회도 묵인했으나 앞으로는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8일 밤 군청 앞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이모(56)씨 등 주민 2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군민대책위 입장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는 김종규 군수 폭행사건과 관련, 성명을 내고 "김군수와 충돌은 우발적인 것이며 계속되는 물리적 마찰의 책임은 참여정부와 군수에게 있다"면서 "정부가 계속 힘으로 밀어붙이면 결사항전의 자세로 장기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정부가 충분한 믿음을 준다면 최소한의 조건으로 대화에 충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집행을 중단하기로 한 특별교부세 100억원 지원, 특성화고교발표 등 정부가 이전보다 강력한 유치 활동을 진행한 것은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맨몸의 대책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계속되는 불상사와 물리적 마찰을 막고 부안 군민의 민심을 돌리려 한다면 핵폐기장 확정을 전제로 한 지원 중단과 산자부 장관, 한수원 관계자의 책임추궁, 구속 주민 석방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위대 밤샘 시위 군수가 구출된 후 내소사에서 부안군청으로 향하던 군민 1천여명은 이날 오후 10시께 부안읍 주산 사거리에서 때마침 귀대하던 전경 버스와 짚차(중대장 차량), 민간인 소유 냉동차 등 모두 3대를 불태웠다. 또 부안읍 서외리 부안읍사무소도 오후 11시 20분께 일부 반대 주민들이 투척한 것으로 보이는 시너로 불이 나면서 2층 외벽 일부가 그을렸다. ▲사건발단과 충돌, 군수 구출과정 김 군수는 추석을 앞두고 원전센터문제 등 지역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8일 오전 11시50분께 수행비서와 함께 핵반대 범 부안군민 공동대책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내소사 주지 진원스님을 만나러 절을 찾았다. 그러나 진원스님은 김 군수를 만날 수 없다며 자리를 피했고 김 군수는 대신 혜산 큰 스님과 점심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때 김 군수의 방문 소식을 들은 인근 진서.변산면 주민 20여명이 차량 10여대를 동원, 사찰 입구를 막았고 김 군수는 나오던 걸음을 돌려 다시 큰 스님방으로 들어갔다. 이후 주민들이 1천명 정도로 늘어나 500여명은 사찰매표소가 있는 일주문 주변에서 연좌농성을 벌였고 또다른 500여명은 군수 면담을 요구하며 경내로 진입해 `김종규 군수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찰 주변과 등산로를 막았다. 큰 스님 방에서 3시간여 동안 머문 김 군수는 오후 3시30분께 법당 밖으로 나와주민들과 대화를 시도, "돌을 던지려면 던지고 계란세례를 하려면 하라"고 말했으나 바로 앞에 있던 주민들이 흥분, 군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는 등 2분여간 마구 폭행했다. 김 군수는 10여분 후 다시 대화를 시도했으나 오후 4시8분께 주민들이 "당신하고는 말이 안통하니 나가라"고 해 더 이상 대화를 잇지 못했다. 그는 주민들 사이를 지나 빠져나오려다 또다시 10여분간 집단폭행을 당해 옷이 찢기고 머리와 얼굴에서 피가 나는 등 크게 다쳤다. 흥분한 주민들은 김 군수가 타고 온 SM5 승용차를 뒤집은 채 차량안에 불을 붙인 신문지를 넣어 소파 일부가 불에 그을리기도 했으며 차량 유리창 등이 파손됐고 격분한 주민들에 의해 뒤집히기도 했다. 주민들은 김 군수를 내소사 경내 마당 한쪽 구석으로 끌고가 무릎을 꿇린 채 "핵폐기장 신청을 철회하지 않으면 풀어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책위 공동대표인 문규현 신부와 김인경 교무가 오후 6시20분부터 주민 설득작업에 나섰으나 주민들의 주장이 완강해 결국 설득에 실패했다. 김 군수가 중상을 입은 채 6시간여동안 주민들에게 감금되자 경찰은 이날 오후 5시50분께 15개 중대, 2천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1차로 경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사찰측이 강력히 반발, 진압작전을 잠시 중단했다. 경찰은 병력 2천여명을 동원, 오후 7시께 내소사 정문과 측면 출입구를 통해 진입해 감금되어 있던 김 군수를 억류 7시간여만에 구출했다. 한편 내소사 현장에서 취재중이던 기자 수명이 흥분한 주민들에 의해 카메라가 깨지거나 멱살을 잡히는 등 봉변을 당했다. (부안=연합뉴스) 임청.홍인철.박성민 기자 limcheng@yna.co.kr ichong@yna.co.kr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