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를 겨냥한 정부의 초강수 대책이 발표된 5일 서울 강남과 과천 등 재건축 단지 주변 중개업소에는 하루종일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이번 조치가 앞으로 해당 단지의 재건축 추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언제 얼마의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지 등을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호가만 상승할 뿐 거래가 없어 그동안 일손을 놓고 있었던 중개업소들은 이번 조치로 또다시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갈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부터 일부 중개업소에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매수자가 사라져 거래공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낳게 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재건축시장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조치"라며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31,34평형으로 구성된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 개포우성,잠실주공5단지 등은 기존 평형대가 커 중소형 평형을 의무적으로 건립할 경우 사업 추진에 커다란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 인근 은마타운공인 박효규 대표는 "조합원들이 기존 평형대보다 작은 20평형대로 옮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1 대 1 재건축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충격 요법"이라고 말했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이런 조치가 진작 나왔어야 했다"며 "재건축 시장에는 직격탄이지만 전체 부동산 시장에는 안정을 기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에 따라 최근 수천만원씩 급등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도곡동 진달래1차 소재 명문공인 관계자는 "당장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며 가격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잠실지구 청담·도곡지구 등 사업승인이 난 저밀도 지구는 '조합원 전매 금지'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잠실2단지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가격 변동에 대한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벌써부터 가격을 낮춰서 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세보다 1천만원 정도 낮춰 팔려는 매도자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포 화곡 고덕 가락시영 등도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이다. 25평형으로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맞추고 나머지는 40평형대 이상으로 결정한 반포지구2·3단지 주민들은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포3단지 이화공인 김을환 사장은 "한마디로 날벼락 맞은 셈"이라며 "며칠 내에 1억원 이상 빠질 수도 있다"며 "호가가 낮아지더라도 거래가 이뤄질 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지난 4일까지 매수 대기자가 줄을 섰던 강서구 화곡동 일대 화곡주구2·3단지 주변 중개업소에도 매수자들이 이날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하락과 함께 매매거래가 장기간 끊길 경우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속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