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서쪽에 있는 서호주주(州)의 최대 도시 퍼스. 그곳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1백50km를 달리면 번버리항 인근에 울창한 유칼립투스 숲이 나타난다. 쿨랑가타 플랜테이션. 한솔제지 계열사인 한솔홈데코가 1993년부터 운영하는 1만6천5백ha 규모(여의도의 약 30배)의 호주조림 현장 중 한곳이다. "유칼립투스는 심은 지 10년 지나면 벌채할 수 있을 정도로 큽니다.내년부터 벌목이 시작될 겁니다." 김희출 한솔 호주법인장은 내년이 지난 10년간의 고생에 대한 결실을 맺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솔 조림지는 인근 번버리항을 중심으로 반경 1백km 이내 1백50개 지역에 분산돼 있다. 쿨랑가타 플랜테이션은 내년 3월 가장 먼저 벌채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수확된 목재는 번버리항에 있는 한솔우드칩 공장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우드칩 생산 규모는 연간 1백만t에 이르게 됩니다.연간 매출이 5백억원에 달하게 되는 셈이지요." 김 법인장은 이 조림지가 한솔의 '미래'라고 강조한다. 호주에서 미래를 일구는 기업은 한솔뿐만 아니다. 한솔의 번버리항 선적 창고 앞에는 일본 무역상사인 마루베니의 선적창고가 있다. 마루베니는 3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본제지의 조림목을 우드칩으로 가공해 일본으로 운송하고 있다. 일본 제지업계에서 일본제지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왕자제지도 1990년 이토추와 공동으로 알바니 지역에서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조림업체인 햄콕은 1996년 소나무 조림사업에 뛰어들었다. 규모는 12만ha에 이른다. 호주와 인근 뉴질랜드는 해외 조림사업을 위한 세계 각국 업체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고 있다. 천연림으로서는 목재자원 확보에 한계가 있고 자원보호주의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제지업체들은 해외 조림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는 넓은 조림지역과 알맞은 기후,정부의 적극적인 해외기업유치 등으로 최적의 조림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조림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나무와 관계없는 업종에서도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가 1998년,도쿄전력이 2000년에 각각 조림사업에 참여했다. 김 법인장은 "국내의 목재 자급률은 아직 6%에 불과하다"며 "목재자급률 제고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국내 다른 기업들도 조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번버리(호주)=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