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력산업 관계자들은 지난주 발생한 미.캐나다 대규모 정전 사태 조사 주체로 미 에너지부가 선정된 것과 관련,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력산업 탈규제 정책을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60년대부터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 전력 전문가들에게 조사를 의뢰해왔는데 이번에는 에너지부에 조사를 맡겨 정부가 직접 정전 사태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미국의 전력 산업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지난 2000~2001년 캘리포니아주 에너지 위기 사태 때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지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또 이번 정전 사태 조사를 계기로 에너지 정책을 현 정부의 입맛에 맞게 끌고 가려는 의도로도 풀이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2년간 전력의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하고 각 지역 발전소와 관계없이 송전 시설을 통합 관리하는 광역 전력시장을 구성하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전력 산업 개편안은 북극국립야생생물보호지역(ANWR)의 석유시추를 허용하는 법안 등이 의회에 계류돼 있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부의 정전 사태 조사 방침에 대해 전력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기술적인 세부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정치적인 관심사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풍부한 정전 조사 경력을 지닌 전력 전문가인 존 카사자는 에너지부는 정전 조사에 대한 전문성 및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작업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에너지부 대변인은 그러나 이번 조사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다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번 조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