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발표된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은 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1분기 경제활동이 슬럼프에 빠진 데 대한 반사이익도 있었지만,일본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줄 만한 결과로 분석된다.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경제재정상은 "일본경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왜 높게 나왔나=기업 설비투자와 개인 소비가 쌍끌이로 GDP 증가를 견인했다. 설비투자는 수익호조를 배경으로 1.3% 늘어나면서 5분기 연속 플러스를 유지했다. 기업들이 장기 전망을 밝게 보고 있음을 반영해주는 대목이다. 수요측면에서도 GDP의 6할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지출(개인소비)이 0.3% 늘어났다. 일본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동안 소비부진이 장기 디플레 탈출의 결정적 장애물이라고 지적해 왔다. 특히 개인소비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액정화면 TV 및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디지털 카메라 등 첨단 고가제품에 수요가 몰리면서 내수시장에 힘을 불어넣었다. 공공투자가 0.9% 줄고 주택투자가 0.4%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GDP가 큰 폭으로 증가한 사실에서 볼 수 있듯 소비는 일본경제의 향후 궤적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기 불황 벗어날까=일본정부와 상당수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가 상승무드를 탈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 불어오는 순풍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내각부가 매월 공개하는 월례경제회의 보고자료에 '해외경제의 불투명한 향후 전망'이라는 표현이 삭제된 것이나 경기 판단을 상향 수정한 것은 미국경제의 선순환에 대한 확신의 반영이다. 증시 회복으로 금융 불안이 완화되고 고용 사정이 다소 개선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도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여러 변수를 종합해 볼 때 'V'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정부도 3분기 실질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 0.5%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연간 목표(0.6%)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길어진 장마와 냉해로 7월 산업 활동이 큰 타격을 입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맥주회사들의 경우 7월 출하량이 전년 동월보다 12%나 격감,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고 농작물은 10년 만의 흉작이 예고된 상태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경제의 완전 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고,내수도 본격적으로 살아났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