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세시장 여파가 새 아파트의 잔금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전세난'으로 전세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자금 조달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새 아파트의 잔금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연체율 상승은 △급전세 매물 증가와 △입주율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어 향후 주택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 아파트 잔금 연체율 증가 최근 입주를 시작한 대형 아파트 단지의 잔금 연체율이 올 초 대비 최고 6∼10%포인트 늘었다. 삼성물산의 서울 종암동 삼성래미안은 지난달 4일이 잔금 납입기한이었으나 11일 현재 납입률이 76%에 그쳐 연체율이 무려 24%에 달하고 있다. 이는 10%를 밑돌던 올 초 연체율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잔금을 치르지 못한 계약자들은 연 16%에 달하는 높은 연체료를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분양가가 2억8천만원이었던 32평 계약자의 경우 월 연체료가 70여만원에 달해 가계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연체율 증가현상은 아파트의 브랜도 인지도와 관계없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실수요자 중심인 수도권보다는 투자 수요가 많았던 서울지역 아파트의 연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건설의 서울 문래 현대홈타운은 지난달 19일이 잔금 납입기한이었으나 현재까지 완납률이 83%에 그치고 있다. 또 15일 잔금 납입이 마감되는 풍림산업의 서울 정릉 북한산풍림아이원도 현재까지 계약자의 절반 가량만이 납입을 마친 상태다. ◆역전세난으로 입주율도 떨어져 잔금 연체가 급증하는 데는 최근의 역전세난의 영향이 가장 크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으로 잔금을 지불하려던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도금을 은행 대출로 납입한 계약자들이 많아 추가 대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역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새 아파트의 입주율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문래 현대홈타운의 경우 잔금 마감기한이 한 달 가량 지났으나 현재까지 약 50%만 입주한 상태다. 서울 종암 삼성래미안,일산 대화 현대아이파크,동수원 LG자이의 입주율도 70%대에 그치고 있다. 이는 80∼90%에 달했던 종전 입주율보다 크게 떨어진 수준이어서 건설업체 분양 담당자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잔금을 치른 계약자들 중 상당수가 열쇠를 찾아가고도 입주는 하지 않고 있다"며 "전세가가 떨어진 데다 거래마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계약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