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정부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열어놓은 북한과의`외교적 통로'를 낭비하고 있으며 그 결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위험한 혼란상황'을 초래했다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새 저서에서 비판했다. 올브라이트 전장관은 9월호 `배너티 페어'에 발췌된 내용이 실린 자신의 저서 `마담 세크러터리'(Madam Secretary)에서 북한에 대한 진지한 정책에는 북한과 일대일로 대화하려는 열의가 요구된다며 부시 정부가 극력 기피하는 직접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브라이트 전장관은 또 보수파들의 격분을 산 지난 2000년 전격 북한 방문을통해 자신과 북한이 `외교적 통로'를 공들여 조성했으며 지난 2001년 신임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 직무를 인계할 때 새 외교정책 팀이 이를 이용할 것이라는 인상을받았다고 술회했다. 올브라이트는 그러나 부시 정부 초기 대북정책의 기조를 둘러싼 내분에 언급, "파월장관과 온 세상이 알게 된 바와 같이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는 또 미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동안 사태는 원을 한 바퀴돌아 1994년 북핵위기 당시와 똑같은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고 말하고 북한이 핵폭탄으로 무장하고 핵원료나 핵무기 값을 치를 고객을 물색하는 현재의 상황을 "위험한혼란상황이자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현상유지 상태"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정부는 당시 북한의 미사일 수출 중단을 내용으로 하는 협정 체결 직전까지 갔으며 클린턴 전대통령은 임기 말년 북한 방문을 제의하기도 했으나 올브라이트는 저서에서 클린턴이 북한을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며 그 대신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나날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 조성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에 따르면 백악관은 당시 위기에 내몰린 중동의 협정문제로 일정조정에 혼란이 생겨 최종적 결정을 계속 미뤘으며 협상 타결을 위한 마지막 시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으나 김위원장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은둔왕국의 문 앞에서'라는 제목의 북한 관련 장(章)에서김위원장에 대해 "그는 둥근 얼굴에 커다란 안경을 썼고 놀랍도록 부풀린 머리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만찬에서 프랑스 와인을 접대하는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또 김위원장이 마련한 노동당 행사에서 10만명의 무용수가 전제정부의 통치력을 소름끼치도록 민족주의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일사불란한 춤 공연을 관람했다고 회고하고 훗날 자신이 미국내 보수파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게 한 이 행사를 "스테로이드를 주제로 한 올림픽 개막식"이라고 묘사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