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이요? 1%에만 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명동에 국내 최대 신발전문 멀티숍을 연 ABC마트코리아의 안영환 사장은 16년 동안 신발산업에서만 한 우물을 파왔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얼굴보다 신발부터 먼저 볼 정도다.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신발 분야에서 오래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그는 '1%의 법칙'을 꺼냈다. 모든 사업군에서 경쟁력을 갖고 1%에 드는 회사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1%에 들기 위해 안 사장이 내세운 것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신발수출 중개회사(메이슨인터내셔널) 매출의 30%를 연구개발(R&D)에 고스란히 투자합니다.디자인과 품질 경쟁력을 갖고 나니 자연히 매출도 쑥쑥 늘고 있어요." 안 사장이 처음 신발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7년,대학 졸업 후 금성사(현 LG전자)에서 가전담당을 하다가 노조파업으로 잠시 직장이 문닫는 바람에 선경물산으로 옮기면서부터다. 경력을 인정받아 회사에서는 가전부문을 권유했지만 안 사장은 그 당시에도 이미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신발부문을 골랐다. "유심히 사업부문을 살펴봤더니 신발은 미주와 유럽에만 수출되고 있었어요.당시 급성장하던 일본시장에는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있더군요.도전할만 하다 생각해서 신발영업을 담당하던 부서를 선택했죠." 안 사장이 91년까지 선경에서 일한 5년 동안 일본에 수출한 신발은 2백만달러어치에서 2천7백만달러어치로 10배 이상 늘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발 샘플과 디자인을 챙겨 일본과 한국을 오가던 안 사장은 90년 한 재일교포 신발회사 사장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주인공은 현재 신발 유통회사로는 유일하게 도쿄증시 1부에 상장된 ABC마트를 운영하며 일본 신발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미키 마사히로 사장. "막 신발 유통사업을 시작했던 미키 사장을 만나 인사하고 얘기를 하려는데 갑자기 '한국말로 해도 돼요'라고 하는 거예요.재일교포였던거죠." 미키 사장과 교분을 쌓은 지 2년 만인 91년 말 안 사장은 처음으로 일본 ABC마트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92년 안 사장은 미주 지사로 발령받았다. "미키 사장이 '미스터 안을 보고 거래하는 것인데 당신이 옮기면 선경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그러면서 회사를 차려 계속 파트너로 일할지 아니면 미주 지사를 선택할지 물었어요." 안 사장은 결국 신발회사 삼영M&D를 차렸다. 이후 ABC마트는 일본 내에서 급성장해 전국에 1백50개 매장을 거느린 대형 회사로 거듭났고 안 사장의 사업도 함께 번창했다. 회사 몸집이 커지자 안 사장은 삼영M&D를 신발 R&D전문회사로 하고 97년 신발 중개회사인 메이슨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지난해 미키 사장은 해외 진출의 첫 발판으로 고국인 한국을 선택했고 주저없이 그의 오랜 파트너인 안 사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글=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