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 한국산업기술평가원장 >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에 따라 모든 분야에 걸쳐 거점화의 경제적 효과가 증대하고 있다. 금융거점화를 통한 자본의 세계화뿐 아니라 물류거점화를 통한 상품교역의 세계화가 지향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90년대 이후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R&D)의 세계화 추세가 강화돼 R&D 거점화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세계 어디든 필요한 연구인력이 있고 연구환경이 좋은 곳으로 연구개발 거점을 이동시키고 있다. 연구개발 집약형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로 아일랜드와 싱가포르를 들 수 있다. 이들 나라는 연구개발 거점화전략을 통해 경제체질을 비약적으로 강화시켰다. 또 기술 및 제품경쟁력 제고와 기술인프라 확충의 선순환 연계구조 정비 등 연구개발 파급효과의 증대로 고부가가치 지식기반경제로의 전환도 촉진시킬 수 있었다. 일본 등 선진국의 기술혁신 가속화, 중국 및 아세안(ASEAN) 국가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이른바 '너트 크래커(nut cracker)' 위기 상황에 처한 한국은 국가적 발전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동북아 경제중심 실현을 위해서는 동북아 R&D 허브 구축이 필수적인 선결과제다. 동북아 R&D 허브 구축은 외국인 투자자금 및 외국인 연구인력 유입을 유도함으로써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한ㆍ중ㆍ일 3국은 지리적 인접성, 역사문화적 동질성, 경제요소의 상호 보완성 등으로 국가간 협력을 통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한국의 기술, 중국의 노동, 일본의 자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이는 상당한 경제적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한ㆍ중ㆍ일 3국간 동북아 분업구조의 이점을 공유, 상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산업간 수평적 분업보다는 산업내 수직적 분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R&D 디자인 설계 마케팅 등의 기능에 특화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동북아 R&D 허브 구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리나라 기술혁신기반의 선진화와 국제적 네트워킹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혁신기반이 제대로 갖춰져야만 다국적기업의 R&D센터가 유치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고용창출 및 선진기술 습득, 나아가 수출증대와 산업구조개선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국제적 네트워킹도 이런 인프라가 선행적으로 구비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기술혁신시스템을 강화하는 정부의 중장기계획과 정책이 곧 R&D 허브 구축 전략이라고 하겠다. 기술혁신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면 국내기업의 기술개발활동이 촉진됨은 물론 외국으로부터의 R&D 투자가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다. 선진 R&D 시스템이 도입되고 공정경쟁 체제가 정착되면 결국 국가혁신시스템의 선순환체제가 효율적으로 가동돼 기술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 증강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R&D 허브 구축을 위한 정부의 일관성있는 정책 의지와 민간의 자발적 참여도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