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30개 주요 회원국 통상장관들은 20일부터 이집트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주요 의제에 관한 절충을 시도했으나 의약품 문제를 제외한 농업등 주관심 분야에서는 실질적 진전을 거두지 못한 채 22일 회의를 마쳤다. 각국 통상장관들은 이번 비공식 각료회의에서 개도국들의 주요 관심 분야인 농업, 공중보건, 개도국 우대 검토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하는 한편 비농산물 시장접근및 서비스 협상 등 시장 접근과 이행 문제, 그리고 투자 및 경쟁정책, 무역 원활화,정부조달 투명성 등 이른바 '싱가폴 이슈'가 의제로 다뤄졌다. 그러나 참가국 대표들은 대부분의 의제에 관해 기존 입장을 반복함에 따라 논의에 실질적 진전이 거의 없었다고 협상 소식통들이 전했다. 특히 농업의 경우, 이번 회의에 앞서 유럽연합(EU)의 농업개혁안이 합의되면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EU에서 합의가 지연됨에 따라 장시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다만, 통상장관들은 농산물 교역 자유화 회담 골격에 대한 새 청사진을 마련하자는 싱가포르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3월말로 자체 결정한 협상 종료 시점도 지켜지지 않았고, 5월말로 잡아두었던 비농산물 분야 교역의 뼈대도 세우는데 실패했다. 한국과 일본, 스위스는 이 제안을 찬성한 반면 미국과 기타 농산물 주요 수출국들은 새 청사진이 마련될 경우 농산물 수입국들에게 동정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들어 지난 2월에 마련된 기존의 방침을 고수할 것을 주장, 마찰을 빚었다. 반면 약품 분야는 미국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 등 필수 특허 의약품의 저가공급을 위한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TRIPS)과 공중보건 문제에 있어서 의약품의 범위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점은 이번 회의의 가장 구체적인 소득으로 평가되고 있다. 로버트 졸릭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유럽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개도국들의 에이즈 문제등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 저가 공세를 인정해주도록 중재에 나선 것은 큰 소득이었다고 자평했다. WTO는 다음 달 28-3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비공식 각료회의를 다시 열어 오는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릴 제5차 WTO 전체 각료회의 개막 전까지 DDA 협상에 관한막바지 절충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캐나다의 피에르 프티그루 통상장관이 밝혔다. 이번 비공식 각료회의에는 한국의 황두연(黃斗淵)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스위스 등 선진국들과 중국, 인도,말레이시아, 케냐 등 개도국을 포함해 30여개국 통상장관이 참석했다. 또 미 USTR의 졸릭 대표와수팟차이 WTO 사무총장, 카스티요 WTO 일반이사회 의장도 참석했다. WTO는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공평한 국제무역을 목적으로 한 DDA를 비상한 관심속에 출범시켰으나 당사국들간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협상에 진전을 거두지 못해왔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