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젊은 한 여인이 서러움과 모멸감에 고개를 떨군채 사회보장국 창구로 다가가 생활보호대상자 수첩을 내민다. 주당 한번씩 지급되는 70파운드를 받기 위해서다. 그녀는 냉기가 가득한 어두침침한 아파트에 돌아와 어린 딸에게 우유병을 물리고는 책상 앞에 앉는다. 한푼이 아쉬운 자신은 난로위의 미지근한 물과 커피로 주린 배를 달래고 원고지를 펼친다. 그녀는 다름아닌 영국작가 조앤 K 롤링으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이러한 역경 속에서 쓰여졌다. 하지만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번번이 거절당했다. "어린이 책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97년 빛을 본 이 책은 초판 5백만부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그후 해리 포터는 4권이 시리즈로 나오면서,2백개국에서 55개 언어로 번역돼 무려 1억9천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주인공 해리 포터를 다룬 두편의 영화도 20억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3년여만에 해리 포터 시리즈 5권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이 판매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판매시간이 자정인데도 독자들은 서점 주위에 장사진을 쳤고,인터넷서점인 아마존닷컴은 하룻동안 1백30만부를 배달했다고 한다. 전세계 독자들의 성화 속에 출판된 5권 역시 또 한번의 대박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이마에 번개모양의 흉터를 가진 10대 소년 해리 포터가 마법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지만,마음 깊은 곳의 소망을 그리고 있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환호하는 것 같다. 이 소망은 작가가 겪은 가난과 절망,그리고 비참한 결혼생활을 이겨내고자 했던 메시지일는지도 모른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롤링은 이제 영국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됐다. 앞으로 두권의 책이 더 발행될 예정이어서 돈방석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결국 그녀는 책 내용처럼 스스로에게 마법을 불어넣어 부와 명성을 거머쥐게 된 셈인데, 누구나 한번쯤 '희망'의 마법을 걸어봄직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