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전산망 가동이 멈추면 예금 입출금, 송금, 타행이체와 결제 등 모든 금융업무가 한꺼번에 중단된다. 창구거래뿐 아니라 인터넷뱅킹 폰뱅킹도 불가능하게 된다. 지난 2000년 7월 은행 연대 총파업과 같은 해 12월 국민ㆍ주택은행 파업때에는 노조가 전산망을 다운시키겠다고 공언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 전산망이 실제 다운될 경우 '사상 초유'의 사건이 되는 셈이다. ◆ 전산 멈추면 금융대란 파업초기부터 '전산망 다운'을 대정부 압박용 카드로 사용해온 조흥은행 노조는 물리적으로 전산스위치를 내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단계적으로 전산센터 내 인력을 철수시켜 전산망 중단을 '유도'하고 있다. 은행은 매일 입금과 지급을 정산하는 결산작업을 통해 '자금의 균형'을 맞춘다. 그런데 인력이 부족할 경우 이같은 일일결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 얘기다. 전산센터 내 많은 작업이 직원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매일 발생하는 금융거래를 전산요원들이 '처리'하지 않을 경우 과부하로 인해 다운될 수도 있다. 전산가동이 중단되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조흥은행을 통한 모든 금융업무가 마비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금융결제원의 전산망을 함께 쓰는 타은행 전산시스템도 멈출 수 있다. 이 경우 현금을 제때 인출하지 못하거나 어음결제를 못해 흑자부도를 내는 기업이 무더기로 나올 수 있다. 또 금융결제원을 통하지 않는 은행간 파일전송까지 할 수 없어 모든 은행업무가 올스톱된다. ◆ 조흥 전산센터 '한계점' 근접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흥은행 노조는 20일 전산센터에 남아 있던 조합원 30명중 28명을 마지막으로 철수시켰다. 이에 따라 파업 이전 총 3백29명이 근무하던 전산센터에는 현재 비정규직 및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 76명만이 철야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인력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산망 운영에 일부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 20일 오전부터 행내 외환 여신 등의 내부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파업이 오는 25일 이후까지 계속될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날이 평소보다 업무처리량이 두 배 가량 많은 월말 결제일이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20일 오후 한때 이번 주말을 이용해 전산망 가동을 중단하고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가 10분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추가 전산인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지만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정부 및 은행 대책 금융감독원 등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타은행 전산센터 직원들을 대체인력으로 긴급 수혈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흥은행과 같은 컴퓨터기종(유니시스)을 사용하는 신한은행 농협 수협 등에 협조공문을 보낸 상태다. 금감원은 검사역 6명을 조흥은행 전산센터에 파견, 전산망 운영을 면밀히 감독하고 있다. 또 서울 역삼동의 전산센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청주에 있는 백업센터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업센터가 메인센터와 같은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메인센터 가동중단 후 최소 6∼24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전산센터가 일단 다운되면 금융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