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봉 사장은 동양강철을 내년까지 재상장시킨다는 목표다. 중국기업을 견학한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는 모습을 보여 줘 자신감을 갖고 있다. 물론 주위에선 제조업의 한계를 많이 이야기한다. 십중팔구 "뭣 때문에 힘들게 제조업을 하느냐.그냥 있는 돈 굴려서 편하게 살지"라고 농담아닌 농담을 한다. 주위의 일부 경영자들도 "중국때문에 이제 한국 제조업은 끝났다"는 패배의식에 젖어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제조업은 영원하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알루미늄 압출의 생산성 차이를 보면 1천8백t짜리 프레스 한대로 유럽이 주5일 근무해서 한달에 1천t을 생산합니다.우리는 주6일 일해서 6백∼7백t,중국은 4년전만해도 3백∼4백t이었다가 지금은 4백∼5백t으로 따라 올라왔어요.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의 추격이 두려워 제조업을 포기하면 안 되죠.오히려 유럽을 따라잡아야 합니다." 박 사장은 우리보다 인건비가 비싸고 여러가지 조건이 안 좋은 선진국에선 어떤 제조업을 하고 있는지 눈여겨 보아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얼마 전 노르웨이를 견학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유럽의 알루미늄 업체들이 자동차부품같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알루미늄 자동차부품업체는 벤츠 BMW 아우디 등에 쓰이는 알루미늄 범퍼를 만들고 있었다. 물론 알루미늄 범퍼는 가격이 기존 철강 범퍼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나 그 공장은 생산공정을 자동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알루미늄 제조원가를 철강 제조원가까지 끌어내려 가격 경쟁력을 맞추고 있었다. "동양강철은 매출에서 알루미늄 새시가 65%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앞으로 자동차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회사도 그렇게 변신시킬 작정입니다." 박 사장은 이렇게 철강(알루미늄)업을 천직으로 생각한다. 주위의 우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앞날을 밝게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대학 다닐 때만 하더라도 자신이 철과 관련된 제조업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대학 3학년을 마치고 군에 간 박 사장은 휴가를 나왔다가 종로 길거리에서 우연히 점을 보게 된다. 그 때 점쟁이 할아버지는 "제가 무슨 일을 하면서 살것 같습니까"라는 박 사장의 질문에 대뜸 "'불(火)'과 관련된 제조업을 하면 대성할 거다"라는 점괘를 내놓았다. "공고나 공대를 나온 것도 아닌데 웬 제조업,그것도 불이라니." 당시 박 사장은 점괘를 무시해 버렸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할아버지가 용한 점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제조업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는 박 사장은 요즘 사회에 퍼져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안타까워한다. 제조업의 근간이 될 이공계 학생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도 밑바닥에서부터 기술을 배웠다면서 "학생들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성공한 철강기업인이 돼 보이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아직은 시작단계라면서 지켜 봐 달라는 말을 남기고 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