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부동산거래시 이중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포탈한 매수인에 대해 형사처벌키로 한 것은 사실상 '부동산투기와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검찰이 투기사범 1천3백여명에 대해 한꺼번에 형사처벌하는 강수를 둔 것은 그동안 재정경제부 국세청 등이 수차례에 걸쳐 부동산 투기 근절책을 내놓았으나 투기가 잠잠해질 뚜렷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만은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도 검찰을 움직인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적용할 경우 워낙 부담이 되는 부동산매매 관련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중계약서 작성이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 이중계약서는 투기 원흉 =정부는 지난 91년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이 시행되면서 매수인이 계약이행 후 60일 이내에 등기신청을 하도록 의무화했으나 계약서 검인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형식적인 심사권만이 주어졌을 뿐 실거래가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은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실제 매매계약서 외에 거래가격을 10∼30%로 낮춰 허위로 기재한 '검인계약서'를 통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하는 일이 부동산 중개업소 등을 통해 암묵적으로 관행화됐다. 부동산 매수자는 취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취득가액의 5.8%를 취득세 등록세 지방교육세 농특세 등 지방세로 납부해야 하나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면 세금을 빼돌릴 수 있다. 이번 검찰수사로 적발된 1천3백83명의 부동산 매수인들은 이중계약서 작성을 통해 부동산 취득액을 4백30억원 가량 축소 신고, 23억5천만원의 지방세를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관행화된 이중계약서 작성행위에 가담한 매수인에 대한 처벌 필요성과 수위를 놓고 장시간 내부토론 끝에 부패척결 차원에서 매수인을 전원 처벌키로 방침을 세웠다. ◆ 제도 개선책도 제시 =검찰은 "양도소득세는 기준시가, 취득세ㆍ등록세는 실거래가에 의해 과세하도록 한 현행 제도가 이중계약서 작성을 부추기고 있다"며 "과세표준을 실거래가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관련부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2005년까지 구축되는 건설교통부의 토지종합 전산망을 내실화해 검인신청 계약서의 매매대금을 인근 토지 거래가액과 비교, 이중계약서 작성행위를 적발하는 프로그램의 추가 개발도 건의했다. 이성근 경희대 부동산정책학과 교수는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서는 관련 세제혁신도 선행돼야 한다"며 "단일화한 계약서를 도입해 거래세를 정확히 징수, 부동산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