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44.71%의 고율상계관세를 매긴 것을 계기로 보조금 지급문제가 통상분쟁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오는 8월 유럽연합(EU)이 한국산 D램에 대해 상계관세 최종판정을 내리는데 이어 조선, 제지 등 다른 업계에도 보조금을 둘러싼 통상갈등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미 최종판정-예비판정 보조금 모두 인정 = 미국 상무부가 최종판정에서도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44.71%의 높은 상계관세를 매긴 것은 예비판정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판단한 부분을 그대로 보조금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4월 예비판정에서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2000년 12월의 신디케이트론, 수출환어음(D/A) 한도 확대, 2001년 5월 채무재조정, 2001년 10월 2차 채무재조정 등 5가지를 정부 개입으로 이뤄진 보조금 지급으로 간주한데 이어 최종판정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단지 상계관세율이 57.37%에서 44.71%로 낮아진 것은 실사 등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하이닉스의 입장이 일부 반영돼 마진율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수치가 조정된 것일뿐이라는 것. 이런 미국의 판단은 EU가 지난 4월 예비판정에서 산은의 회사채 신속인수 및 2차 채무재조정 등 두가지만을 보조금을 판단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의 일련의 지원활동을 정부가 개입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해 일괄적으로 보조금으로 간주한 반면 EU는 사안별 검토를 거쳐 보조금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일정은 7월31일로 예정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산업피해 여부 최종판정으로, 피해 판정이 확정되면 미 상무부는 8월 중순 상계관세 부과명령을 내리게 된다. 하이닉스로 인해 미국내에 실제 산업피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ITC 판정은 상무부 판정과 달리 기업의 영업비밀 등 미국 내부적 차원의 문제와 연결돼 있어무피해 판정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정부는 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상계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ITC는 하이닉스만을 대상으로 산업피해 여부를 결정하게 돼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측에 유리한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EU도 지난 4월 예비판정에서 정부보조금을 문제삼아 하이닉스에 대해 33%의 잠정관세를 매긴데 이어 오는 8월24일 최종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보조금 공세' 조선-제지 등 확산 = EU와 조선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선업계는 미국의 D램 판정이 EU의 제소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EU는 작년 10월 한국이 수출입은행을 통한 선박금융과 선수금 환급 보조, 부채탕감 등을 통한 구조조정 등의 방식으로 WTO 협정에 위배되는 보조금을 조선산업에 지원했다며 국내 조선업계를 WTO에 제소했다. 이후 조선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EU가 최근 WTO 분쟁해결기구에 패널설치를 요청해 WTO가 본격적인 분쟁 심의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조선업계는 WTO가 패널을 설치, 본격적인 분쟁 심의에 들어가기로 한 시점에서 미국이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해 높은 상계관세를 부과하자 적지 않게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제재조치가 가해질 경우 영업 및 수출환경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결정이 악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제지업계도 통상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발표한 2003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수출보조금 분야에서 한국 반도체 문제 외에 제지(아트지) 업계에 대한 저리 금융 및 세제특혜 등 문제를 새로 포함시켰다. USTR는 앞서 지난 2월 연례보고서에서도 "생존이 불가능한 인쇄용지 업계의 시설투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저리 융자 및 지급보증 등은 세계 제지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미국 임업.제지협회가 이 문제를 조사중이며, 한국측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업계와 함께 향후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