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에서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안돼 한국산 자동차의 칠레 시장 점유율이 2위에서 5위로 추락했어요." 구자경 KOTRA 산티아고 무역관장(사진)이 13일 지구 정반대편에서 전화를 통해 들려주는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잔뜩 깔려 있다. 그는 "현지 바이어들은 양국간 FTA가 발효될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는데…"라고 전했다. 칠레에선 한국산 자동차나 가전제품들이 품질도 괜찮은데다 가격경쟁력도 높아 "수입만 하면 짭짤하게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는 게 구 관장의 설명이다. 지난 3월 FTA 체결을 기념해 열린 한국상품 전시회가 대성황을 이룬 것도 이 때문이다. 구 관장은 "칠레에선 수입관세가 6%로 낮아 세계 각국에서 쇄도한 수입상품간에 경쟁이 치열하다"며 "한국산 자동차가 FTA 체결로 값을 조금만 낮춰도 엄청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월 자동차 판매에서 유독 한국산만 작년보다 10% 가까이 수입이 줄었다. 반면 일본 자동차는 20.7%(대수 기준),아르헨티나는 69.8%,브라질은 78.7%로 크게 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입 순위에서 일본에 이어 부동의 2위를 차지했던 한국산 자동차는 5위로 밀려났다. 구 관장은 "작년 10월부터 발효한 칠레-아르헨티나 브라질간 자동차 무관세 협정과 지난 2월부터 발효한 칠레-EU간 FTA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 관장은 "다행히 한국 정부가 한-칠레간 FTA 비준을 늦추기로 한 사실이 칠레 신문에는 한 줄도 안 나와 칠레 사람들은 이를 모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회비준 불발가능성을 언급하자 그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지적한 뒤 "정부가 너무 근시안적으로 농민 문제에만 집착할 경우 한국의 국제신뢰도는 엉망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