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후에는 국정과제로 정했다. 신행정수도를 추진하고 대통령 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정부혁신·지방분권추진위원회를 설치,매주 국정과제회의를 직접 챙겨나가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치적 자치와 경제적 자립'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화와 지역간 균형발전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문제는 지방발전을 도모하는 지방화와,수도권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의 주요 관심사인 수도권에 대한 정부의 공장증설 허용 여부부터 이 문제와 관련되는 사안이다. 단순히 지방발전만 도모한다면 이미 포화상태에 접근한 수도권에서 삼성전자 기흥공장,쌍용자동차 평택공장과 같은 대규모 공장증설은 억제하는 게 맞다. 그러나 업계의 민원은 수도권에서 규제를 풀어 증설이 가능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투자유발이나 외국인과의 역차별해소 차원에서 이같은 업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또다른 목표인 '동북아 경제중심'을 만들기 위해서도 현실적으로 수도권을 홀대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기존에 각종 인프라가 갖추어진 수도권을 배제하고는 금융이든 물류든 정보기술(IT)사업이든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최근 선물거래소 이전문제가 나왔을 때 "각종 인프라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국제 금융가와 자본이 지방으로 쉽게 가겠느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더구나 수도권의 경제력이 전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7년 51.3%에서 99년 52.2%,2000년 52.6%로 매년 증가추세다. 이전 정부때 적극적인 수도권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력은 계속 수도권에 몰리는게 현실이다. 청와대측은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허원순 기자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