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후(後)분양제 도입과 분양권 전매금지 지역 확대 등 '메가톤급' 내용이 담긴 정부의 '5ㆍ23 부동산안정대책' 발표 이후 집값은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매수세가 끊긴 가운데 서울 강남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는 5ㆍ23 대책 이전보다 1천만~2천만원 값이 떨어진 채 매물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부동산시장에 고여 있는 부동자금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아직 이탈할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정부규제가 주택시장에 집중된 틈을 타 '뭉칫돈'은 토지나 강남권 중ㆍ소형 빌딩시장으로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재건축 아파트는 매수세 '실종' 속 약보합세로 돌아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호가를 낮춘 매물이 더러 나오지만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실제 거래가 없다 보니 시세를 가늠하기도 어렵다는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5ㆍ23 대책 발표 직후 4억3천만원대에서 4억2천만원대로 값이 떨어졌던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2단지 13평형은 요즘 들어 4억1천만원대 매물까지 등장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저층단지도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 이 단지의 경우 예비 및 정밀안전진단 통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4월 한달동안 매주 1천만원씩 올랐지만 지금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하향안정세는 더욱 뚜렷하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평균 0.15% 떨어졌다. 의왕(-1.28%) 군포(-0.95%) 광명(-0.75%)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 '갈 곳 잃은 돈' 토지와 빌딩시장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꺾인 사이 부동산시장에 유입된 뭉칫돈은 토지와 서울 강남권 중ㆍ소형 빌딩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토지공사가 남양주 평내택지지구에 선보인 단독주택용지 49개 필지에는 총 1천9백60명이 몰려 평균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주요지역의 땅값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천만원 수준이었던 경기도 파주교하지구 이주자택지(택지지구 지정으로 땅이 수용된 원주민에게 우선공급되는 단독택지)의 프리미엄(웃돈)이 5월 들어서는 호가 위주로 1억원을 넘어섰다. 신사동 청담동 등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30억∼50억원 규모의 중ㆍ소형 빌딩 매물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매물이 나오면 즉석 계약이 이뤄질 정도다. 시중 S은행의 한 프라이빗 뱅커(PB)는 "최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연면적 7백평 규모의 평당 3천만원짜리 빌딩 2개가 매물로 나오자마자 팔렸다"고 전했다. ◆ 부동자금 이탈 안되면 집값 재상승할 수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에 한번 들어온 돈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는게 정설"이라며 "지금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려면 부동자금의 물꼬를 돌릴 수 있는 정부의 획기적인 투자 유인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도 최근의 부동산시장을 "'휴화산'(休火山)같은 상황"이라며 "한번 유입된 자금이 시장을 빠져 나가지 않은 채 '종목'만 갈아타며 여기저기 흘러다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RE멤버스의 고종완 사장은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현재 한풀 꺾인 부동산 투기 열풍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