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속절 없이 추락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대표적인 시중 실세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의 수익률은 지난 주말 연 4.07%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콜 금리 수준인 4.0%에불과 0.07% 포인트 차이로 바짝 다가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외 금리 인하 분위기가 익어가며 사상 처음으로 3%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리가 이처럼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도 막상 기업과 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별로 없고 이자생활자의 고통만 가중될 뿐이어서 저금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 공조 가시화 미국과 유럽 등 세계적인 금리 인하 공조가 현실화되며 국내 금리의 추가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초강세를 보이자 지난 5일 기준 금리를 2.5%에서 2%로 0.5% 포인트 내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만에 최저치로 떨어뜨리고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마저 열어 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금리를 0.25-0.5% 포인트 낮출 것으로 보이는등 세계적인 금리 인하 공조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으며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콜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로 당분간은 금리 하락 기조가 대세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금리 3%대 코앞..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금리가 소폭 조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아직은 하락 기조가대세이므로 전례 없는 3%대 진입도 이달 중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투증권의 신동준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이달은 아니라도 연내 0.5% 포인트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달 중 3%대 하락이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신 연구원은 "2.4분기의 성장률 둔화가 가시화되고 디플레이션 우려와 세계적인금리 인하가 확인되는 7월 이후에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증권의 이민구 연구원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콜금리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며 "경기부양책과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정책공조 가능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하락 대세 속에서도 조정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LG투자증권 서철수 연구원은 "이달 중 금리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연 3.90∼4.30%의 하향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하지만 대외 여건 개선과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수도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3%대에 근접하면 보유 기간을 점차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저금리 수혜 적다. 회의론 대두 저금리 기조는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어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게 전통적인 이론이지만 신용도에 따른 기업 편차 심화, 이자생활자의 불이익, 부동자금 확산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신용도면에서는 금리 인하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은 줄지만 전체 기업의신용도가 개선되지 않아 일부 우량 기업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채권평가의 허창협 상무는 "절대 금리는 하락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신용이좋아지지 않아 발행 여건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이 저금리로인한 자금 조달 비용 절감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의 경우도 저금리 혜택이 제한적이기는 마찬가지여서 이자 부담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물가인상률을 감안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자금의 단기화를 부추길 뿐이며 이자 생활자는 고통이 더욱 커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하나경제연구소 신동수 수석연구원은 "이자생활자 등 은행 예금자들은 저금리로손해를 보고 대출자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하고 "그나마 은행들이 수신금리는빨리 내리고 대출금리 인하는 한발짝 늦추며 신용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신규 대출자에 대한 혜택은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따라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기보다는 단기상품에만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시중의 부동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