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지 일주일로 접어든 가운데 2일 교사들의 파업시위가 계속됐다. 특히 노조 총연맹과 대학생들까지 나서 가두행진 시위를 결의하고 나서 전국에 포진한 무장병력과의 대규모유혈충돌 가능성 등 일촉즉발의 긴장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페루 최대의 노동자 단체인 페루노동자총연맹(CGTP)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교사와 법원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국가현안의 해결을 기대했으나 정부는 문전박대하는격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면서 이에 항의해 오는 3일 수도 리마를 비롯한 전역에서 총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가두행진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22일째 이어진 28만명의 교사 총파업 시위와 함께 농민과 국영병원 의사및 간호사, 법원 직원 등이 참여한 이번 시위사태와 관련해 노조 총연맹 차원에서시위 방침을 밝히기는 파업 개시 이래 이날이 처음이다. 교원노조(SUTEP)의 핵심 간부인 후안 콘트레아스 씨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규모 파업시위에도 정부는 무력에 의존했으며 그것으로 문제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상황은 다르게 나타났다"면서 교사들의 총파업 시위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29일 남부 푸노시(市)에서 무장 군병력의 강경진압으로 대학생 1명이 사망하고 십여명이 총격을 받아 부상한 데 분노한 전국의 대학생들도 노조 총연맹의 가두행진 시위에 동참하기로 했다. 정부 민영화 정책에 반대한 소요로 지난해 비상사태가 선포됐던 리마 남동쪽 748㎞ 지점의 아레키파에서도 시위 지도자들이 정부의 비상사태 선언 종식을 위한 가두행진 시위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날도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우안카요시(市)를 비롯한 곳곳에서 교사들의 파업시위가 이어졌으며 무장한 군경 병력은 최루탄을 쏘며 강경진압에 나섰다. 지금까지 수십명이 부상했으며 당국에 체포된 자도 300명이 넘는다고 현지언론이 전했다. 현재 시민들은 노동자들의 가두행진 시위가 계속되면서 강도를 더해갈 경우, 진압에 나선 젊은 군인들이 순간적으로 격분해 총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대량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아우렐리오 로레트 데 몰라 국방장관은 TV방송 연설을 통해 "노조 지도자들이 비상사태 선포에 도전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대학생 1명 사망으로 인한 퇴진압력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경 방침을 천명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페루가 5.2%의 경제성장으로 2년 연속 중남미국 가운데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연 인플레율이 1.5%에 그치는 등 거시경제 지표상으로는 경제가 잘 운용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알레한드로 톨레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리들의 지나치게높은 월급도 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의 월급은 약 1만8천달러인데 2천700만 페루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하루 1.25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연명하는 절대빈곤 상황을 감안하면 합당치 않다는 불만이 높다. 톨레도 대통령이 혼외정사로낳은 딸이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부인해온 점도 일부 작용했다. 지난해 총사퇴를경험한 바 있는 톨레도 내각의 쇄신도 과제로 지적된다. 한편 톨레도 대통령이 선거공약부터 대규모 공공 사업을 통한 수십만개의 일자리 창출 등 `장밋빛 미래'를 약속해 국민의 기대감을 너무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다 국민의 요구에 너무 쉽게 응해줘 문제를 자초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실제로 톨레도 정부는 올해초 운송 경영인들과 코카 재배 농민들의 시위에 너무 쉽게응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톨레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밤 노조 파업에 맞서 30일간 한시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 기간에 무장군인들이 국가와 질서를 확립하게 된다고 밝혔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는 최근 11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