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출범초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을 목표로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노사화합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경제침체가 가속화되고 각종 이해단체의 집단행동이 표출되면서 산업정책의 진로가 일부 변경되고 있으며 이에따라 참여정부가 당초의 개혁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 속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됨에 따라 참여정부가 산업정책 전반을 더욱 긴장감있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재벌정책 = 참여정부가 초반에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내세우고강력한 개혁의지를 시사함에 따라 정부와 재계가 재벌개혁을 놓고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정부가 날로 악화되는 경제현실을 인식하면서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재계 역시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함에 따라 `갈등' 보다는 `공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초기에 재벌개혁 방안으로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출자총액제한 유지,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금융사 계열분리청구제도 등을 제시했지만 현재로서는 증권집단소송제만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을 뿐 크게 진전된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재정경제부 등에서 금융사 계열분리제도, 강제조사권 도입 등의 제도개혁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골격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와함께 SK사태를 계기로 분식회계나 부당내부거래, 기업 대물림을 위한 변칙행위 등에 대한 정부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법집행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경기침체나 재계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서인지 당국의 제재는 SK에 국한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방문을 전후해 경제5단체장을 비롯한 재계총수들과 3차례 회동을 갖는 등 정부와 재계가 경제회생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협력'이 강조되면서 재벌개혁 과제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듯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참여정부가 투명성을 계속 강조하고 SK사태를 계기로 분식회계에 대한사회적 비난이 높아지면서 기업들 스스로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등 자율적인 투명경영 강화측면에서는 일부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노사정책 = 참여정부는 각종 노사현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노사정위원회의 위상강화, 법정근로시간단축 조기시행, 비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전향적인 공약들을 다수 제시했다. 이런 노동정책들이 언제 어떤 수준으로 시행될 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출범 100일 동안 정부의 주도하에 재계와 노동계가 대화와 타협으로 상당부분 제도 시행을위한 기초를 다져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최근 두산중공업과 철도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 노사분규 현안에 대한정부의 대처과정에 대해서는 재계가 한목소리로 "지나치게 노조 편향적인 해결방식과 결과"라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근 경제5단체 부회장단 회의에서도 "무분별한 임금인상과 불법파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는 노조가 일방적인 약자라는 시각에서 탈피, 노사현안에 대해 법치주의에 입각해 공정한 법집행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권기홍 노동장관은 최근 한 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노동정책은 변화하는 환경에 부응하는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틀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지 노사 어느 일방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중립성을 강조했다 ◆공기업 민영화 = 참여정부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논의를 종료하는 대신 기능을 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주공.토공 통합안은 중복기능을 없애고 시너지효과를 노린다는 취지로 추진돼 2001년말 국회에 통합법안까지 제출됐지만 개성공단 조성과 행정수도 이전,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 등 새 사업이 생긴데다 통합시 부작용이 감안돼 백지화됐다. 철도 역시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민영화를 포기하고 공사체제로 운영키로 정책방향을 뒤집었다. 기존 철도구조개혁 3법의 대체입법으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한국철도공사법, 한국철도시설공단법 등을 이달중 임시국회에 상정키로 했다. 전력산업은 분할한 한국전력의 발전부문 5개사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대로 민영화하기로 했지만 민영화 방식은 지분매각을 통해 경영권을 넘기는 방식을 일단 유보한 채 먼저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배전부문의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6개사로 분할하는 시기를 2004년 3월에서 1년 연기했고 분할후 민영화 방안은 추후 재검토하기로 유보한 상황이다. 가스산업은 가스공사의 도입.도매 부문을 3개사로 나누고 설비회사로 남는 가스공사도 민영화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새 정부 들어 전면 수정되는 상황을 맞았다. 정부는 설비부문이 되는 가스공사의 민영화계획을 철회한데 이어 도입.도매 부문의 경쟁도입 방식도 기존의 3개사 분할방안과, 신규 도입권 허가를 통해 가스공사도입부문과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 등 2개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 참여정부의 주요 주택 및 부동산정책은 수요 관리를 통한 투기억제와 서민 주거안정,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집중 억제 등으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이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반드시 부동산 폭등세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참여정부는 한동안 주춤하던 집값 상승세가 4월들어 재차 뜀박질을 하자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을 확대 지정하고 5.8대책, 5.23대책 등 숨가쁘게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서는 80%이상 시공된뒤 일반분양을 할 수 있도록 해사실상의 선시공-후분양제를 도입했으며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권 전매를 강화하는 한편 김포와 파주를 신도시로 개발키로 했다. 그러나 저금리속에 풍부한 시중 부동자금이 계속 부동산시장에 유입되고 있어정부의 연이은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참여정부는 또 노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건 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을 발족시키는 등 준비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아울러 저소득층의주거안정을 위해 국민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저소득층 주거복지지원 방안'을 수립했다. ◆전문가 진단 = 참여정부가 목표한 대로 한국을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끌어올리려면 무엇보다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 이를 견인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인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우리의 리딩 산업인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은 이미 성숙된 산업이기 때문에 IT(정보기술), 바이오 산업, 나노 산업 등 앞으로 국민을 먹여살릴 수 있는 새로운 산업분야에 대해 정부가 유인책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노사평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좀더 성숙해지도록 정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법을 적용,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참여정부가 경제개혁 분야에서 전 정권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도록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같은 감독기관이나 검찰 등 사법기관들이엄정하게 법과 제도를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감독기관이나 사법기관이 경제 위기관리의 주체로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감독기관은 법과 제도를 엄정히 집행토록 하고 경제관리는 한은이나 재경부의 정책기구에 맡겨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ss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