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바로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한.일 FTA를 둘러싼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한.일 FTA 얘기가 나오면 극도로 조심스러워 했던 정부의 자세가 많이 달라졌고, 양국간 산관학 공동연구도 당초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진전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호용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한국무역협회와 전국경제인엽합회 등의 주최로 최근 열린 한.일 FTA 토론회에서 "FTA는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정치.외교적 관계 강화를 위해서도 좋은 수단이며, 4강 외교파트너중 여건이 성숙한 일본과의 FTA체결은 한반도 안보정착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FTA가 관세장벽을 허무느냐 마느냐 하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안보 및 평화 유지에 아주 요긴한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안 국장은 대일 무역수지 적자 문제에 대해 "대일 수입품목 중 상당 부분은 관세율에 비탄력적이거나 우리의 산업구조에 따른 기본적인 수입수요를 이미 반영하고 있어 관세율이 점진적으로 철폐되면 수입급증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작년 7월부터 5차례 열린 산관학 공동연구회를 통해 FTA의 경제적 효과를 검토하고, FTA에 포함될 수 있는 의제에 대한 양국 제도와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서로의 기본 입장도 확인했다. 관세 분야의 경우 점진적 철폐와 특정 분야의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접근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양국은 또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비관세조치(NTM) 협의회 첫 회의를 열어 양국의 비관세조치를 사안별로 검토하고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기업의 활동에 지장을 주는 비관세조치를 완화 또는 철폐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산관학 공동연구 외에 별도로 양국간 FTA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전략에 관한 연구를 6건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 안으로 작업을 마칠 예정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요 연구내용은 제조업, 농업, 수산업, 건설업, 비관세조치,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 협력 방안이며, 연구결과는 FTA 협상안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더 적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한발짝 더 나아가 일.아세안 FTA 등에 따른 한국의 불리함 등을 이유로 FTA 협상에 조기 착수하자며 사실상의 압박전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일 FTA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총론 찬성, 각론 반대'라는 독특한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며 "피해는 과장된 반면 경제, 정치외교적 이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실무진이 FTA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으며, 공동 발표문에 관련 내용이 꼭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