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내구재 주문이 4월에 월가의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함으로써 제조업을 중심으로한 기업 부문이 여전히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이는 주택시장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소비자 신뢰도 소폭이나마 상승세가 이어져 미 경제가 올하반기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앞서의 낙관적 전망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월가에서도 이런 상반된 지표들을 놓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본격 회복되지 않는 한 경기 상승이 어렵다는 비관론과 미 경제 근간이 전반적으로 견실한 상황에서 갓 발효된 감세안이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회복세가 가시화 되리라고 밝게 전망하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미 상무부는 28일 4월의 내구재 수요가 전달에 비해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으로 월가 예상보다도 큰 폭이다. 그러나 4월의 내구재 주문은 한해 전에 비해서는 0.6% 늘어난 것이다. 내구재란 수명이 3년 이상인 자동차, 가전제품 및 항공기 등을 말한다. 프루덴셜 증권의 딕 립프 연구원은 "내구재 지수가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산업 부문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BMO 파이낸셜 그룹의 살 과티에리 연구원도 "미 기업들이 여전히 투자와 고용을 망설이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수요 전망이 지극히 어두운 상황에서 기업 활동이 본격화되지 않는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강조했다. 주요 경제 지표들이 엇갈리게 나오는데 대한 당혹감도 실토됐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사장은 "양극 경제가 계속 기적 소리를 내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주택 판매가 호조를 보인다는 지표가 나오더니 이번에는 내구재 주문이 위축됐다는 상반된 통계가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당혹하고 있다"면서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뱅크원의 앤서니 카리다키스 연구원도 "내구재 주문 위축이 특히 실망스런 것"이라면서 "제조업이 단기적으로 회복되기 힘들 것임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반면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신중한 낙관론도 제기됐다. 웰스파고 은행의 한국계 손성원 부행장은 "내구재 주문이 줄었다고는 하나 자세히 보면 경기를 민감하게 타는 수송 부문의 급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 한예로 보잉의 경우 4월에 항공기 수주가 단 1대에 그쳤음을 상기시켰다. 또 방위산업하드웨어 주문도 19.4% 하락했음을 덧붙였다. 손 부행장은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와 관련제품 주문은 15.3% 상승하는 호조를 보였다"면서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와초비 증권의 존 실비아 연구원도 3천500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이 갓 발효됐음을 상기시키면서 "그 효과가 올하반기 기업의 자본재 지출 증가로 나타나기 시작하며 내년에는 본격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