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호텔, 비좁은 버스, 맨땅이 드러난 운동장...'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아시아 최강' 한국축구대표팀이 `적지' 일본 도쿄에서 첫날부터 설움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29일 오후 나리타 공항에 내린 한국대표팀은 입국장에서부터 일본의 텃세에 몸서리쳤다. 일본 출입국직원들이 아무런 하자가 없는 비자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바람에 김영철(광주)과 왕정현(안양)이 졸지에 발이 묶이게 된 것. 김영철의 경우 군 소속이라 관용비자를 받았고 왕정현은 임시비자를 받았는데축구경기를 하러 들어온 이상 공연비자를 받아야 한다고 억지를 부린 것. 결국 출입국측의 오해로 판명돼 이후 수속이 이뤄졌지만 이 때문에 대표팀은 이날 오후 일정이 전부 연기되는 피해를 입었다. 대표팀은 숙소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숙소로 배정된 도쿄 미야코호텔은 2급호텔로 시설이 미약해 한국이 지난 한.일전에서 일본에 최고급 호텔을 배정했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더구나 이 호텔측은 한국대표팀이 숙박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어 선수들을 위한 별다른 대책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 일본축구협회는 사스 여파로 외국팀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에 부득이 이 호텔을 제공할 수 밖에 없다고 변명했지만 한국이 제공했던 예우에 비하면 너무나 성의없는 조치였다. 더구나 한국대표팀에 배정키로 했던 버스 2대 가운데 겨우 1대만 배정, 선수들이 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한 채 숙소에서 1시간이 넘는 훈련장으로 이동해야하는 고통도 감수해야했다. 훈련장인 니시가오카 축구장에서도 시련은 계속됐다. 마음씨 좋은 코엘류 감독마저도 어둠 침침한 야간 조명에다 축구장 곳곳에 맨땅이 드러난 광경을 목격하자 선수들이 발목을 다칠 우려가 있다며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축구협회는 일단 30일 오전 일본축구협회에 정식으로 항의 공문을 보내 유감을표시하고 조속한 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해도 너무 한다"면서 "우리는 많은 것도 바라지 않고 우리가 했던 대로만 해주길 바랐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도쿄=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