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 5차회의에서의 '재난' 발언 해명을 무색케 하는 강경발언을 25, 26일 잇따라 쏟아내, 정부 입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북한은 경협위 회의 종료 이틀후인 지난 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보도를 통해 "한반도 위협증대시 북한에 대한 '추가적 조치'가 실천에 옮겨지면 남한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20일 경협위 첫 전체회의에서의 북측 단장인 박창련 국가계획위원회 제 1부위원장의 "남측이 핵문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라면서 대결방향으로 간다면 북남관계는 '영(零)'이 될 것이며 남쪽에서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기조발언보다 한발 더 나아간 느낌이다. 북한은 또 26일자 노동신문에서 "제 5차 남북경협위에서 남측이 미국과 함께 만들어낸 '공동성명'이라는 데서 적반하장격으로 행동하는 태도에 너무도 실망스러웠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아울러 이 날짜 '우리에게는 통할 수 없는 미국의 심리전'이라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베이징 3자회담에 이어 `폐연료봉 재처리중'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등 한반도 긴장 강도를 높이고 있다. 논평은 "우리(북)가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미국은) 번역이 잘못됐다, 확인되지 않았다 하면서 어리석게 놀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난 4월18일 8천여대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작업이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명백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주 경협위 평양회의에서 북측은 기조발언 파문으로 회담이 만 44시간이나 지연되자, 대표단 실무위원 접촉을 통해 "발언의 취지는 대결이 격화돼 북남관계가 영으로 되고 재난이 닥쳐와 북이나 남이나 불행하게 되지 않고 다 같이 잘 되기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는 내용으로 유감성 해명문을 전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경협위 평양회의 '재난' 발언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노회(老獪)한 '회담일꾼'들이 기조발언을 통해 난데없이 '재난' 발언을 던져 남측 대표단의 '얼'을 빼고 지루한 신경전으로 '진(津)'을 빼,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대북추가조치'에 대한 '정치선전전'을 벌이면서 '쌀 40만t 지원'이라는 실리도 챙겼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제 회담이 끝나니까 '언제 그랬느냐'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는 것.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경협위 이후) 북한의 거친 발언이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북한이 이런 발언을 지속할 경우 '남북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표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