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의 수출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반도체와 컴퓨터가 약간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출 간판상품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폰이 엄청난 스피드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가전도 `디지털'로 재무장하고 전자업계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자업계 수출제품 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바람과 업계의 공장 해외이전에 따른 것이다. 가전에서는 TV가 올들어 디지털 제품 수출액이 아날로그 제품 수출을 앞지르고 홈시어터와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이 `대약진'하고 있는 게 큰 변화다. 또 컴퓨터에서는 휴대용(노트북)PC가 데스크톱을 밀어냈다. 실제 1-4월 디지털TV 수출은 2억7천만달러인 반면 아날로그 TV는 1억7천200만달러에 그치면서 디지털 강세를 그대로 보여줬다. 디지털 TV의 구성을 봐도 프로젝션 TV(9천200만달러), LCD TV(8천100만달러), PDP TV(7천300만달러), 브라운관 TV(2천400만달러) 등의 순이어서 20세기 디스플레이계를 평정한 브라운관이 급속하게 쇠퇴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물론 전자업계가 국내 생산기지를 고부가가치 디지털제품으로 재편하고 브라운관 제품의 경우 해외 생산기지로 이전한데 따른 영향도 크다. 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세탁기와 진공청소기, 냉장고의 선전이 눈에 띄지만 우리가 세계시장을 제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전자레인지 수출은 크게 줄었다. 1-4월 세탁기 수출은 2억600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46.1% 증가했고 진공청소기는 1억2천200만달러로 76.8%나 늘었다. 세탁기 수출은 양문형 및 인터넷 제품 등 고가모델의 선전에 힘입은 것이다. 진공청소기는 작년 한해동안 2억6천500만달러어치를 내다팔아 75.1%의 수출증가율을 보인 바 있다. 특히 홈시어터 제품이 지난 4월말까지 52.6% 증가한 6억9천500만달러어치가 수출되면서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급부상하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반면 전자레인지는 2억100만달러로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지만 19.0% 감소했다. 가전제품 가운데 간판상품인 에어컨은 1-4월 증가율이 5.3%에 그쳤지만 수출액은 7억900만달러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컴퓨터는 업계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1-4월 증가율이 0.2%에 그친 가운데 휴대용 PC가 4억3천800만달러로 50.0% 늘어난 반면 데스크톱 PC는 6천700만달러에 그치면서 68.7%나 감소했다. 휴대용 수출이 데스크톱을 앞선 것은 불과 작년의 일이다. 데스크톱은 2000년까지만 해도 연간 수출액이 22억달러를 넘었던 제품이다. 한편 휴대폰은 올 1-4월에도 38억3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하면서 47.5% 증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