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했던 감세안이 당초 규모의 절반도 채 못되는 수준으로 줄어든 채 상.하 양원을 모두 통과했다. 감세규모의 대폭 축소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감세안을 승인함으로써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자극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미 상원은 23일 상원의장인 딕 체니 부통령이 통과여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표를 행사함으로써 51-50이라는 간발의 차로 향후 10년간 3천500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당초 제시했던 7천26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상원의 표결 수시간 앞서 하원은 231-200으로 감세안을 가결했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의 감세안 가결이 자신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며 미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 곧 감세안이 시행에 옮겨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 안으로 감세안에 사인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상원에서는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각각의 당 노선에 따라 투표를 했다. 민주당은 그간 공화당의 감세안이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한 채 부자들에게만혜택을 줄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의 뜻을 나타내 왔었다. 민주당은 특히 감세조치가 단기적으로 경제에 별 자극을 주지 않으며 정부의 예산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감세규모는 협상과정으로 거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원은 감세규모를 5천500억달러로 삭감했고 상원은 이를 다시 3천500억달러로 줄였지만 부시 대통령이 감세를 반대하는 민주당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감세안이 가결된 후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낸시 펠로시 의원은 "감세안은 '비극'이며 고용창출이나 경기자극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민주당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감세조치가 2003년 경제성장에 0.5%포인트 정도를 더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는 올해 2.4분기에 1.6% 성장했고 올해말까지 약 2.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최소한 3.5%는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감세안이 확정되면서 중소기업에서 고용이 늘 것이며 앞선 감세정책에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중산층 납세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감세안의 시행으로 올해 미국경제에 2천억달러의 돈이 투입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감세안의 주요 내용에는 배당세와 자본이득세의 최고세율을 15% 까지 하향조정하고 소득세율을 27-38.6% 수준에서 25-35%로 낮추는 것이 포함돼 있다. 또 2천500만 가구는 자녀 1인당 400달러 까지의 세금환급을 받게 된다. 한편 감세안 지지자들은 이번에 감세안이 의회에서 통과됨으로써 내년에 부시대통령의 재선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