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깊어지면서 상가 임대공장 사무실 오피스텔등 사업용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1년새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33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경기가 침체되자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사무실 오피스텔 상가가 급증세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잘 버텨온 서울 강남과 여의도 지역에서도 사업용 부동산 시장의 냉기류가 뚜렷하다. ◆ 강남과 여의도에도 냉기류 서울 강남 테헤란로 주변에는 '사무실 임대' 현수막을 내건 빌딩이 수두룩하다. 스타타워 건너편 역삼역 사거리에서 강남역까지 8백m 구간에 있는 20여개 중소형 빌딩 가운데 12개 건물이 임대자를 찾고 있다. 삼성역 인근에 있는 W빌딩은 전체 15개층중 10개층이 비어 있는 상태다. 빌딩 관리인은 "기존 임차인들이 불평할까봐 평당 4백50만원인 임대료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새 임차인이 찾을 때엔 보증금 조건을 대폭 완화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와 부침을 함께 하는 여의도 지역에선 임대료를 내려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지 부동산 업체들은 "강남과 여의도의 경우 지난 1ㆍ4분기 다소 사정이 나아지는 듯하다가 4월 들어 공실률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영의 최상규 부장은 "북핵파문과 사스 등의 악재로 경기가 장기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사업용 부동산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계속 높아져 여의도 지역이 1.02%로 외환위기 이후 첫 1%대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은 지난해말 3.08%에서 1ㆍ4분기 2.58%로 다소 떨어졌다가 지난 4월부터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지역의 1ㆍ4분기 공실률은 2.04%에 달한다. ◆ 수급구조 깨져버린 오피스텔 '1가구 2주택'이 적용되면서 급속 위축된 오피스텔시장은 공급이 포화 상태다. 경기도 일산의 경우 지난 3년간 2만여가구의 오피스텔이 우후죽순으로 지어졌지만 수요는 바닥을 기어 공실률 30% 이상인 곳이 수두룩하다. 이런 현상은 역세권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서울 강남, 분당, 평촌 등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공단과 인접해 세무사나 보험업소 등의 사무실로 사용되는 오피스텔과 사무실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 인근 Y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박석춘씨(48)는 "보증금 5백만원에 40만원의 월세 임대는 문제없다는 선전을 믿고 2년 전 13평을 분양받았는데 20만원 월세에도 수요자를 못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학주 씨팰리스 대표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한계에 부닥치자 사무 공간 제공에 초점을 맞춰 오피스텔을 분양하거나 미분양을 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불황 무풍지대 울산에도 찬바람 조선과 자동차업종 활황으로 호황을 누리던 울산에서도 사업용 부동산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6월 준공한 남구 용연동 울산석유화학공단내 4차 미분양 공장부지에 대한 할인판매에 나섰다. 울산시는 1만6천여평에 달하는 미분양 용지가 팔릴 기미가 없자 용지값을 18% 할인한 평당 47만3천원에 분양중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단조성 공사비 9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분양가를 낮췄다"며 "인근의 공장부지들도 분양가를 낮추고 있어 높은 분양가를 고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울산시 남구 삼산동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주변 상가도 매기가 끊겼다. 새 건물을 지어도 임대나 분양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지방은 최악의 상황 부산에서 최고 중심지로 꼽히는 서면 일대의 상가는 지난해말 급상승한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등 냉ㆍ온탕을 오가고 있다. 대한극장 인근의 35평짜리 1층의 경우 보증금은 5천만원 이상, 월세도 5백5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 일대 사무실도 지난해 중반 꼭지점에 오른 이후 속락하고 있다. 10층 건물을 소유한 한 건물 주인은 "올들어 20% 정도 매매가가 떨어진 상태로 임대료를 낮춰 달라는 세입자의 아우성을 외면만 할 수는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지역의 빌딩 임대료는 올 들어 10%정도 인하됐으며 공실률도 25% 수준에서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희영ㆍ임상택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