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틀째 머물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특파원 간담회를 시작으로 정상외교를 이어갔다. 특히 딕 체니 부통령 주최 오찬에 참석하고, 숙소인 백악관 영빈관에서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 로버트 죌릭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장관 대리, 존 스노 재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차례로 만나 북핵 해법과 한미동맹관계, 경제통상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방미성과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과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대표, 톰 대슐 상원 민주당 대표 등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한미공조에 바탕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경제통상 외교 분주 0...노 대통령은 1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14일 밤) 영빈관에서 에번스 상무장관과 죌릭 USTR 대표를 차례로 각각 15분과 20분간 접견했다. 당초 청와대측은 이들 면담에서 하이닉스 반도체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 등 통상현안에 대해 의견이 교환되는 것을 전제로 보도자료를 작성, 배포했으나 실제로는 현안 대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한미동맹관계와 북핵문제 해결, 경제협력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는 등 큰 틀의 이야기가 오갔다고 청와대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이 전했다. 권 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통상현안 등 세부적인 내용은 제목 정도만 언급됐다"면서 "특히 부시 미 대통령의 오랜 지기인 에번스 장관은 2주후 서울에서 열리는 반부패 세계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 노 대통령을 다시 만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토론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권 수석은 "에번스 장관의 면담에서는 경제관계의 유대 공고화가 북핵 문제 등 안보현안과 한미동맹 관계에 역으로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죌릭 대표와의 접견에서 죌릭 대표가 GM이나 퀄컴 등 거대기업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느냐가 한국경제의 투명성과 규제 문제에 대한 미국 재계의 생각에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죌릭 대표가 GM대우차의 투자확대 계획과 성공적인 사업수행 등에 대해 소개하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대우차의 GM 매각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계란세례를 받았던 경험과 농민집회에서 개방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계란세례를 받았던 경험을 밝히며 "GM대우의 성공적인 변신처럼 향후 도하개발아젠다 협상과 관련해 농업문제 해결도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도록 미측에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는 별도로 부처 단위의 실무협의에서 우리측은 하이닉스에 대한 금융지원은 채권단의 순수한 상업적 조치임을 강조함으로써 정부보조금 논란을 차단하고 향후 반도체 상계관세 부과 여부에 대한 신중한 결정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무역자유화 확대와 다자무역체제 발전 문제와 관련, 농업분야의 경우 각 국의 현실과 농업의 비(非)교역적 특성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한국농가의 어려움을 설명, 미측의 이해를 구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스노 재무장관에게 "미국경제가 어려우면 우리 경제도 어렵다"면서 미국정부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감세정책 등을 높게 평가한 뒤 한국의 시장개혁 의지와 개방 마인드, 동북아 경제중심 비전을 들어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