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내무부 안에 알-카에다 동조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BC 인터넷판은 14일 프랭크 가드너 안보담당 특파원의 말을 인용, "알-카에다가 사우디 내무부에 강력한 동조자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알-카에다의 테러리즘을 뿌리뽑아야 할 임무를 띠고 있는 이들이 오히려 이 조직에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너 특파원은 이달 초 사우디 보안기관들이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폭발물 400㎏과 고성능 총기류, 미화 수십만달러를 찾아냈으나 이 조직에 속한 테러 용의자 19명은 그대로 도주했다면서 수사과정에서 이들이 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의심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의 위정자들은 알-카에다와 같은 무장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토착적이고 광범위한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토착화된 무장 세력은 사우디가 더욱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으로 변모하고 서방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와 더불어 테러를 자행한 세력이 사우디 내부에서 정치세력화를 기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BBC는 현지 정치분석가 모하마드 알-케라이지의 말을 인용, "이번 테러를 보면 미국인은 단지 희생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테러 배후에 알-카에다가 있든 다른조직이 있든 그들은 종교적 테러리즘이라는 카드를 이용해 정치권력을 탐내고 있는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사우디는 현재 내.외부의 도전에 직면하며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사우디는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의 자국 주둔을 거부했고 반세기 이상 머물러온 미군 병력을 올해 말까지 철수시킨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외견상 사우디가 테러의 표적이 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오사마 빈 라덴은 지난 98년 성명을 통해 "미군이 이슬람의 성지인 아라비아 반도를 점령해 약탈을 자행하고 이슬람 형제들을 짓밟았다"며 성전을 촉구했다. 이는사우디가 제1차 걸프전 이후부터 미군 주둔을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우디 지도부는 미군주둔 거부로 이슬람 세력의 불만을 최대한 누그려뜨려 보고자 시도했다. 그렇다면 왜 테러조직이 사우디를 노린 걸까. BBC는 비록 미군이 철수한다 하더라도 사우디에는 3만명에 달하는 미국 시민권자가 군사시설이나 기타 국방.항공 관련 산업에 종사하며 남아있고 이외에도 수만명의 유럽인과 캐나다인 등이 존재하기때문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12일 밤-13일 새벽 발생한 리야드의 차량 폭탄테러는 아직 남아있는 서방인들도모두 떠나라는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우디 위정자들은 미군 철수로 별로 얻은 게 없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 기간의 비협조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냉랭할대로 냉랭해졌고 좀 심하게 말하면 미국의 눈 밖에 나 표류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에 반해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이나 이슬람 세력은 사우디에서 미군의 철수를 일종의 승리 쟁취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