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분단국 키프로스의 수도 니코시아에 유엔이 설치한 분단선인 이른바 그린라인이 23일 하루동안 개방됐다. 북측 터키계 키프로스 당국의 결정으로 이날 그린라인이 개방됨에 따라 3천여명의 터키계와 그리스계 키프로스인들이 29년만에 처음으로 서로의 지역을 방문했다. 키프로스는 지난 74년 친그리스계가 일으킨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후 터키의침공으로 분단돼 남쪽에는 그리스계 키프로스 공화국이, 북쪽에는 터키계 키프로스공화국이 각각 들어섰다. 이후 양측의 왕래가 자연스럽게 중단됐으며 지난 83년 북키프로스터키공화국(TRNC)이 출범하면서 양측의 방문은 공식적으로 금지됐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남북 키프로스의 그린라인 개방 조치에대해 "미국은 이동의 자유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유엔의 키프로스 통일안이 조속히실현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즈비그뉴 블로소비츠 키프로스 주재 유엔 대표는 "이같은 변화에 이어 키프로스의 화합에 기여할 또 다른 조치들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게오르기 파판드레우 그리스 외무장관도 "그리스.터키계 키프로스 양측이 분단의 벽을 무너뜨리기를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9년만에 이뤄진 그린라인 개방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계 키프로스 공화국의 대변인은 89년 개방된 베를린 장벽에 비유하며 "아직 장벽은 무너지지 않았다"고말해 이날 통행이 일시적인 행사임을 강조했다. 29년간 발이 묶여 가보지 못했던 상대 지역을 방문한 키프로스인들은 모두 들뜬기분으로 서로를 환영하며 이날 행사를 즐겼다. 이날 처음으로 그리스계 키프로스의 검문소를 통과한 터키계 키프로스인 아흐메트 오스두란은 "매우 기쁘다. 분단 상황이 하루 속히 영원히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스계 키프로스 경찰이 남측을 방문하는 터키계 키프로스인들에게 여권을 발급해주는데 시간이 걸려 일부 터키계 키프로스인들이 이에 항의하기도 했으나 이날양측 방문 행사는 대체로 순탄하게 이뤄졌다고 현지 경찰은 전했다. (니코시아.워싱턴 AP.AFP.dpa=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