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엑스맨'은 21세기에 등장한 '스파이더맨'과 '데어데블'처럼 만화가 원작인 초인 영웅전이다. 유전자 변형으로 탄생한 돌연변이들을 그린 엑스맨은 거미에 물리거나 유독물질에 노출돼 초능력을 얻은 '스파이더맨' '데어데블'과 출발이 흡사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슈퍼영웅은 한 명이 아니라 열 명쯤 된다. 다수의 초능력 캐릭터들이 합동작전으로 강적을 퇴치하는 설정은 대부분 슈퍼영웅들이 '나홀로' 행동해온 선례와 차별화된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만드는 초능력의 세계가 화려한 비주얼로 구현돼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각본했던 브라이언 싱어가 전편에 이어 '엑스맨2'에서도 감독을 맡았다. 첫 편이 돌연변이의 탄생편이었다면 속편은 돌연변이와 보통사람들 간의 대결을 담았다. 돌연변이는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진화 결과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새인종 '호모 수피리얼(homo superial)'이다. 이들은 텔레파시,염력,시간정지,공간이동,에너지 흡수,기상조절,상처 자기치유,형상변형,화공술,냉각술,독심술 등 갖가지 초능력을 지녔다. 이들은 보통사람들로부터 태어났지만 초능력으로 인해 보통사람들에게 두려움과 배척의 대상이 된다. 말하자면 다른 부류의 인간들과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문명충돌,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갈등,보수와 진보의 대결 등 자신과 다른 타인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현대 인간사회에 대한 경고장이다. 유전공학의 미래에 대한 현대인들의 불신감도 반영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결과물인 돌연변이들은 10대처럼 자기 정체성 문제에 신음한다. 그들은 초인이지만 불행하다. 주류 인간사회에서의 '왕따'다. 개인적인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외로움만 벗할 뿐이다. '갈퀴손' 울버린(휴 잭맨)과 '레이저빔 눈' 사이클롭(제임스 마스덴)은 '초능력 텔레파시' 진 그레이(팜케 젠센)와 삼각관계를 맺지만 그레이를 잃고 만다. 키스하는 순간 상대의 에너지를 흡수해 죽게 할까 고민하는 로그(아나 파킨)와 그녀의 애인 아이스맨의 관계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돌연변이 초인들의 존재를 상징한다. 돌연변이들은 한 가지씩 능력을 갖고 있다. 혼자서는 파괴력이 떨어지기에 서로 힘을 합쳐야 강적과 대결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영화는 화합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내비친다. 학교장인 찰스 사비에(패트릭 스튜어트)와 1편에서 악당으로 나왔던 매그니토(이안 맥켈런)가 새로운 강적(음모를 꾸민 보통인간) 앞에서 공동전선을 펼친다. 이들은 다른 초인 영웅전에서 보기 힘든 '장년층의 힘'을 보여준다. 이들의 초능력은 젊은이들 것보다 오히려 강력하다. 각 캐릭터들은 이처럼 저마다 강한 개성을 부여받고 있다. 주요 캐릭터들의 초능력만 보여줘도 열 가지가 넘는다. 회오리 기둥 사이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전투장면 등을 포함해 특수효과의 성찬이다. 관객들은 엑스맨과 보통사람들의 맞대결을 보면서 엑스맨 편에 서게 된다. 그들이 선량하기도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추악하고 어리석은 면모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새 인종의 출현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며,인간들은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영화는 촉구한다. 30일 개봉.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