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신속하게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아직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3일 밝혔다. FRB는 미 전역의 경제환경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끝낸 뒤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3월과 4월초 이라크 전쟁이 소비자 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국제항공 여행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FRB는 산하 12개 연방준비은행의 경기 보고서를 토대로 발간하는 `베이지북'에서 경제활동이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3월과 4월의 첫 2주일 동안 활기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이라크전 개전은 판매와 지출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와 기업 신뢰에 대한 (이라크전의) 전면적인 영향을 확인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FRB산하 연방준비은행들이 지난 15일까지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된 베이지북은 FRB 정책 입안자들이 오는 5월6일 모여 금리 변경 여부를 결정할 때 중요한참고자료로 사용된다. 미 경제가 다음달 초까지 활기를 띠지 못할 경우 FRB는 금리인하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는 전쟁 초반에 미국인들은 주로 텔레비전에 붙어앉아 쇼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고 날씨까지 좋지 않아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매판매가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소비자 지출은 3월에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면서 "응답자들은소비자 지출의 약세를 부분적으로 좋지 않은 날씨와 전쟁 개시 탓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수도 워싱턴까지 관할하는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은 경제활동이 약간 활발해졌으나 보스턴, 클리블랜드, 애틀랜타, 세인트루이스, 댈러스,샌프란새스코 등 6개 지역은 "아직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캔자스시티 등 나머지 5개 지역은경제활동이 과거 보고된 것보다 더 약화됐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FRB 산하 12개 연방준비은행은 또 이 기간 제조업이 계속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기업들은 투자 지출을 늘리는데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보고서는 일부 지역은 SARS의 발생으로 관광업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면서 샌프란시스코와 댈러스 등의 지역은 이때문에 항공여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