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던 그때 그 시절.


양동이에 뭔가 가득 담아든 일단의 사람들이 서울 시내 슈퍼마켓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정체 모를 이들은 오가는 주부들에게 "빨래할때 넣어보시라"며 질척이는 액체를 퍼서 나눠줬다.


비누도 아닌것이,하이타이도 아닌것이 빨래끝에 넣으면 옷감이 보들보들해지는 신기한 '물비누'였다.


그것이 바로 (주)피죤의 '피죤'.


우리나라에서 섬유 유연제를 처음 만들어낸 피죤은 1t트럭 1천2백대분에 해당하는 샘플을 뿌려가며 시장을 개척했다.


그후 10년 넘게 시장의 90% 가까이를 차지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LG생활건강(93년·샤프란),옥시(94년·쉐리) 등 후발 업체들이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싼 가격을 내세운 라이벌 제품들은 대규모 물량 공세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현재 시장의 절반 정도를 내준 상태.


한국경제신문과 CMS(www.cms.co.kr)가 전국 3백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시장 점유율(4월16일 현재 판매금액 기준)을 조사한 결과 LG생활건강이 39.8%를 기록,선두 피죤(40.9%)을 바짝 뒤쫓고 있다.


3위 옥시는 15.9% 수준.


점유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에게는 '섬유 유연제=피죤'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후발 업체들은 이에 '향기'를 승부수로 삼고 있다.


'피죤'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신세대 주부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파고들자는 전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 가지 정도에 불과했던 제품 향기가 최근에는 업체별로 5∼6가지까지 늘어났다.


LG생활건강의 표영호 과장은 "이달에 젊은 감각을 강화한 리뉴얼 제품을 내놨다"며 "향긋하고 오래 가는 향이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시 '쉐리'는 '파리의 장미향' '실론의 그린티향' 같은 로맨틱한 이름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죤 마케팅팀의 류상현 과장은 "할인점을 포함하면 매출액과 판매량 기준 시장 점유율이 45∼50%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타 사가 넘볼 수 없는 브랜드 인지도를 발판으로 '빨래엔 피죤'이라는 기능을 앞세우되 젊은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섬유 유연제 시장 규모는 1천4백억원대.


최근 3년 동안 성장률이 두 자리 수를 달렸지만 올해는 한 자리 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당분간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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