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산업은행 총재직을 떠나고 맡은 정건용 전 총재(56)와 유지창 신임 총재(54) 간 '질긴 인연'이 화제다. 유 총재와 정 전 총재는 행시 14회 동기로 과거 재무부 시절 이재국 주무 사무관에서부터 이번 산은 총재까지 모두 6자리를 주고 받았다. 모두 정 전 총재가 전임자였고 유 총재는 곧바로 그 자리를 물려 받은 후임자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73년 서울대(정 전 총재는 행정학과, 유 총재는 사회학과)를 졸업한 해에 함께 14회 행시에 합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정 전 총재는 재무부 이재국 주무 사무관(84년) 산업금융과장(88년) 금융정책과장(92년) 금융정책국장(98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2000년) 등 금융정책 요직을 거쳤고, 그때마다 후임자는 어김없이 유 총재였다. 이번에 산은 총재마저 유 총재가 이어받자 정 전 총재는 "유지창이는 나만 따라 다닌다"고 조크를 할 정도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금융정책의 핵심 라인을 두루 거쳐 재경관료로서는 쌍벽을 이룬다"며 "그러다 보니 묘하게 요직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재는 "공직생활 30년 동안 유 총재와 같은 훌륭한 후임자를 만나 다행"이라고 했고 유 총재는 "전임자가 워낙 잘해 편했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