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특별법' 제정 작업이 부처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FTA 체결에 따른 국내 취약 산업 보호와 경쟁력 강화라는 법 제정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면서도 지원 원칙과 재원조달, 구체적인 지원기준 등에 대해 관계부처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심지어 특별법 주무부처를 어디가 맡느냐와 피해보상 대상을 어떤 산업까지 규정할 것인가 등을 놓고 '밥그릇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런 탓에 법 제정 논의는 관계부처 장관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여지껏 실무진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 피해구제냐 경쟁력 강화냐 농림부는 FTA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인의 신뢰 확보와 정치상황 등을 감안할 때 정부 지원을 피해 보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등 다른 부처들은 직접 지원보다는 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농림부는 특별법령에 구체적인 지원기준과 특별기금 설치 근거를 넣자는 입장인 데 반해 다른 부처들은 지원기준과 방향 등 일반 원칙만 규정하자며 맞서고 있다. ◆ 보상재원 조달 논란 농림부는 정부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기금을 설치하는 한편 FTA로 반사이익을 보는 산업 분야에서 재원 일부를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부처들은 어차피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일반회계를 통한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특정 산업으로부터의 재원 추렴은 해당 업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법안에 포함될 피해산업 포괄범위에 대해선 농림부와 외교부는 농업에 한정할 것을 요구하는데 비해 해양수산부는 수산업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산자부는 향후 일본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FTA 확산에 대비해 제조.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까지 피해 구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법안 주도권 싸움 농림부는 FTA 피해가 농업 부문에 가장 큰 만큼 특별법 주무부처를 꼭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피해보상 재원을 예산에서 끌어쓰기 때문에 기획예산처를 주무부처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자부는 FTA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재경부와 같은 제3의 기관이 주무부처를 맡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또 외교부는 '도하개발아젠다(DDA.일명 뉴라운드)' 협상에 따른 피해보상까지 FTA 특별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부처들은 '한.칠레 FTA' 국회 비준이 시급한 만큼 일단 제외한 뒤 추후 논의하자고 입을 모은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