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반전국가인 프랑스 러시아가 이번에는 이라크 경제제재 해제문제를 놓고 또 다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복구사업에 필요한 비용조달을 위해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서두르고 있는 반면 프랑스 러시아 등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6일 "이라크가 해방된 만큼 경제제재는 필요없다"며 유엔안보리에 경제제재 해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매클레런 백악관 대변인도 "이라크가 이른 시일 안에 대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종결하는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엔이 지난 96년 이라크에 내린 조치로 식량 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구입에 한해 석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측이 경제제재 해제를 서두르는 것은 이라크복구비 마련을 위해서다. 1천억달러로 추정되는 복구사업 재원을 확보하려면 하루빨리 이라크석유를 수출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루에 2백만배럴씩 수출하면 5천만달러 가량을 벌어들일 수 있다. 러시아 및 프랑스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현상황에서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이라크에 대한 석유지배권이 미국 수중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걸프전 이후 10여년간 석유개발에 4백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온 두 나라의 입지가 약해지리라는 계산이다. 유엔주재 러시아 외교관은 "합법적인 이라크정부가 수립될 때까지는 경제제재 해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게 러시아정부의 방침"이라며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재사찰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라크 북부와 남부 유전들의 피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수출재개를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도 미국은 석유수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