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국가들이 모처럼 주가급등 통화가치상승 국가위험도급락 등의 경제안정을 누리고 있다. 이라크전쟁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충격을 받지 않는 '전쟁과 사스의 무풍지대'인 것이다. 작년만 해도 연쇄 국가부도 우려가 높았던 중남미의 이같은 경제회생 뒤에는 브라질의 첫 좌파대통령 룰라 다실바 대통령의 온건.합리적 경제개혁 정책이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룰라효과'=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취임 1백일을 갓 넘긴 룰라 대통령의 시장친화적 경제개혁이 이웃 아르헨티나 등으로 파급되면서 중남미 전체에 플러스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미 최대인 브라질경제 안정-중남미 전체의 대외신뢰도 회복-중남미경제 호전'으로 룰라효과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좌익성향의 노동자 출신인 룰라 대통령은 지난 1월1일 취임 후 예상과는 달리 긴축과 안정기조의 친시장 경제개혁에 나섰다. 적자상태인 재정수지를 흑자로 돌리기 위해 공무원 연금제도를 개혁,공공지출을 줄였다. 세제를 개편,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자의 탈루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는 특히 당초 우려와 달리 빈곤층을 위한 선심성 예산편성을 자제하고,빈곤층에게 개혁에는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시켜왔다.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법도 제정,중앙은행이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안정적인 통화·금융정책을 펼 수 있도록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룰라 대통령의 이 같은 대변신을 '뜻밖의 보수주의(unexpected conservatism)'로 평가했다. 룰라효과는 주변국으로 퍼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정부는 룰라 대통령의 온건 합리적인 경제개혁에 자극받아 지난 2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긴축정책을 골자로 한 경제개혁협정을 맺었다. 베네수엘라정부도 국유화 등의 급진 사회주의적 개혁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살아나는 중남미경제=룰라효과 덕분에 중남미의 금융시장 및 경제지표들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증시의 경우 올들어 지금까지 브라질주가가 21% 급등,상승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멕시코증시도 10% 상승했다. 국가부도 상태였던 아르헨티나증시 조차 연초 대비 15%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통화가치도 급등,브라질 헤알화는 연초의 달러당 3.7헤알에서 3.1헤알로 15% 올랐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연초의 달러당 3.6페소에서 3.3페소로 상승했고 멕시코페소화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1차상품 가격상승 등에 힘입어 수출도 늘어 브라질은 올해 작년의 거의 두배인 1백60억달러 상당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작년의 무역적자에서 올해는 흑자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12일자)에서 통화안정과 수출호조로 올 브라질경제성장률이 작년의 1.5%에서 2.2%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